<사설> 의료정보시스템 표준화 "발등의 불"

의료정보시스템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시장 개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여러 대학병원은 물론 신설된 중, 대형급 병원들이 잇따라 의료정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병원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관련 용어 및 서식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의료기기 활용 제고 등 의료 정보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EDI를 통한 의료보험 청구가 늘어나고 의사간 협진과 병원간 환자정보 및 의료정보 교환이 빈번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의료정보시스템의 표준화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더욱이 의료정보시스템은 초기 단계보다는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부작용이 심화되고 결국은 진료기간 연장 및 의료비 부담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표준화가 무엇보다 먼저 선결돼야 할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전자차트시스템,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병원정보시스템(HIS),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텔레메디신(Telemedicine), 텔레레이디올로지(Teleradiology), 텔레콘퍼런스(Teleconference) 등 모든 의료기기에 적용될 의료정보시스템의 표준화 작업은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용어와 서식 등을 약속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모든 과정의 행위 및 양식을 규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처음과 끝이 없을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무기록 양식과 용어 등 모든 병원 및 의사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표준화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에서는 의료정보시스템을 표준화하기 위해 이미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용량 정보처리라는 병원 전산화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L7(Health Level Seven)」이라는 전송표준안을 만들어 각기 다른 시스템 간의 자료전송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발생가능한 오류를 최소화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본도 의료정보관련시스템 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코드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선진국들이 표준화를 전략적 분야로 설정하는 등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의료정보시스템 부문의 표준화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병원마다 양식이 다르고 심지어는 같은 병원이라도 과에 따라 양식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날 의료계가 정보화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병원 및 의사들에게 있다. 그러나 의료정보시스템 공급업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표준화를 주도해야 할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표준화를 소홀히 한채 개별 병원에 맞춘 소위 「맞춤 소프트웨어」 판매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같은 병원이라도 컴퓨터 및 의료정보시스템이 다르면 정보를 주고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가 부도로 쓰러질 경우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됨은 물론 보험수가 변경이나 포괄수가제 도입 등 여러 제도나 규정의 변경시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아 사용자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보건의료망 구축의 관건인 표준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주도적으로 표준안을 제정해 관련업계에 보급하거나 「윈도95」나 「한글」 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의 사양을 표준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도 하나의 대책이 될 것이다. 의료정보화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의료법이다. 현행 의료법에 환자 진료 후 그 기록을 문서로 보관토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전자문서로 보관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될 정도다. 또한 원격진단에 따른 책임한계가 애매하고, 환자기록 보안문제 등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사 후원으로 오는 8월 개최되는 「메드인포(MEDINFO) 98」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세계 보건의료정보 대가들이 모두 모여 5백여편의 엄선된 논문을 발표하고 첨단 의료정보시스템이 전시되는 이번 행사가 보건의료정보화는 물론 의료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복진료를 예방하고 환자진료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의료보험을 비롯, 모든 원무행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의 표준화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범국가적인 의료정보 표준화기구 설립 등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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