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전부문만큼 보수적인 분야도 없다고 한다. 제조, 판매, 서비스 등 여러 업종의 경영환경이 최근 크게 변하고 있지만 가전부문만큼 보수적인 환경을 고집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조직에서 본사, 지역영업소, 대리점의 의사결정 라인이 전래의 가보처럼 좀처럼 깨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경우도 가전업계 외에선 별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고수해 오던 삼성전자가 최근 소사장제를 도입한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일선의 유능한 지점장을 사장으로 임명키로 하고 1차로 성남과 전주 2개 지점과 특수판매부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영업조직 개편을 겨냥한 것으로 앞으로 가전유통 환경에 일대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소사장제 도입은 일단 LG전자 등 여타 전자업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가전유통 시장의 매출은 IMF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크게 줄면서 업체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데다 소비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 현장밀착형 영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사장제란 원래 일선 영업현장의 책임자가 예산, 인사, 대리점 관리권 등 영업경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사장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제도다. 이는 영업현장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점장이 책임의식을 갖고 회사경영을 분담 관리함으로써 해당 상권에서 시장우위를 차지하고 일선 유통점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선진 경영방식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전업계 처음으로 도입된 소사장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실천의지와 함께 여러 전략과 연계된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우선 소사장제의 핵심내용으로 꼽히고 있는 권한위임의 실질적인 행사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점장이 소사장에 임명될 경우 소사장은 본사와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서의 승인을 받도록 할 뿐 나머지 인력운용, 영업정책, 비용집행 등 모든 실무적인 것은 소사장이 스스로 알아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소사장제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사항들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승인 및 집행과정에 있어서 본사의 경영전략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 명분용일뿐이고 사실상 음으로 양으로 본사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사장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해당지점 운영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소사장이 소신과 사명감을 갖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회사차원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소사장이 자율적으로 책정한 매출목표와 시장점유율 확보목표를 달성할 경우 별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소사장의 목표달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수당지급 등 지엽적, 형식적인 내용이 돼서는 결코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소사장이 단위지점의 사장으로서 보람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소사장의 인센티브 제공 못지 않게 사업계획 목표대비 실적과 관련해 미진할 경우 사내부도제 또는 부도경고제를 도입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유효적절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국내 영업부문 소사장제 도입은 가전시장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발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그동안 본사차원에서 관리해오던 각 지점을 소사장의 자율적인 경영으로 넘기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IMF로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를 일단 수용하고 그 부담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소사장제 도입은 가전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큰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아야 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삼성전자의 용단에 관심을 갖고 그 결과를 지켜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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