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제품 수출전략 다시 짜자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크게 늘어났던 전자제품의 수출이 하반기 들면서 급격히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일부 전자업체들은 수출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거나 현상유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린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면 이같은 현상은 이미 충분히 예견돼 왔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전자업계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상반기까지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IMF 이후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수출총력전에 나선 것도 주요 원인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환율이 떨어지자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와 러시아, 남미지역 등 국산 전자제품의 주요 수출시장이 외환위기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엔화약세를 틈타 대대적인 가격공세에 나서고 있다.

또한 내수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생존 차원에서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전개하면서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가들이 반덤핑 관세부과 등 통상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변화된 수출환경이 앞으로 국내 업체들에 유리하게 바뀌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내수시장이 이미 5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전자업체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수출이라고 한다면 이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앞으로 수출을 계속 늘려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수출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국내 전자업체들이 수출확대에 가장 큰 무기로 삼아 왔던 저가정책에서 이제부터라도 품질을 앞세운 제값받기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기술이나 지명도에서 한발 앞서 있는 일본이 엔화약세를 계기로 대대적인 가격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곧 국산 전자제품의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저가」라는 강점이 더 이상 실효를 거두기 힘들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는 우리도 일본제품과 정면으로 대결해야만 한다.

국내 경제가 호황국면을 맞았던 몇 년 전 일부 업체가 제값받기 전략을 전개해 국내 전자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마저 IMF 이후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래 저가를 앞세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밀어내기 수출로 물량확대에 주력해 오고 있다. 이제는 이같은 저가수출 방식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인 만큼 부가가치 상품을 앞세운 제값받기 수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수출 주력시장에 대한 전략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주력시장으로 개척해 왔던 동남아, 러시아, 중남미 등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므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더 이상 포기해서는 안된다. 최근 가전3사가 디지털 가전제품을 앞세워 미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납기의 단축이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었던 배경으로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가장 이른 시간 내에 품질이 안정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데서 찾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기술경쟁력 강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당장 우리가 앞선 장점을 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의 매출목표 달성에 연연해하기보다는 상황의 변화에 상관없이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이 증대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전을 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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