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65년 이후 시행되고 있는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문제가 최근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단체수의계약제도가 관련조합의 광범위한 탈법행위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 현행 2백58개에 달하는 단체수의계약 품목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한편 2∼3년 내에 이 제도를 완전 폐지할 방침이라고 파격적인 조치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중소기업 관련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체수의계약 운용실태 조사에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규정을 위반한 22개 조합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일간지 사과광고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조합은 정관에 규정된 가입요건을 무시하거나 별도의 기준을 제정, 비조합원의 신규 가입을 거부 또는 지연시키는 한편 물량 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기존 조합원을 제명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결과다. 또 자의적 기준으로 신규 조합원에 대해 물량 배정을 제한하는 한편 특정업체에 대해서는 동일업체에 대한 배정비율이 연간 총계약실적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정부지침을 위반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현행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조합 측의 파행 운영과 경쟁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 이는 제도운영에 근본적인 수술이 있어야만 한다.
중소기업의 보호, 육성을 목적으로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시 해당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하도록 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아래 가뜩이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될 경우 전기공업협동조합, 전자공업협동조합, 조명공업협동조합, 전선공업협동조합 등 전기, 전자관련 조합 산하의 중소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판로확보에 당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반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즉각 긴급 회장단회의를 열어 공정위 항의방문을 추진하고 제도유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업계입장을 신문에 게재하는 한편 이 제도의 유지 당위성에 대한 강연회 개최와 결의문을 채택키로 하는 등 즉각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앞으로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존폐문제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 같다.
다행히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이 이 제도의 폐지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제도가 당장 폐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불합리한 문제점에 대해선 차제에 근본적인 수술이 있어야만 한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에서도 앞으로 각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철저한 정기조사를 통해 부실조합에 대해서는 폐쇄조치를 단행하고 아울러 물량 배정 등에 따른 잡음이 심하거나 조합 대표의 전횡 등이 확인될 경우 조합 주요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인사를 유도해 나가는 등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매년 연말께 고시하는 「단체수의계약 운용규칙」의 각 규정을 어기는 조합에 대해선 조합 소속 업체들이 취급하는 계약대상 품목을 중점관리 종목으로 선정, 특별관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결국 중소기업청의 이같은 단호한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명명백백하게 들어난 잘못에 대해선 철저히 원인을 분석해 보고 고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번 공정위의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광범위한 탈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특히 단체수의계약 품목으로 지정받기 위해 생산업체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요건미달 업체에 물량을 배정하는 등 상습적인 탈법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사실 선의의 자유경쟁을 제한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언젠가는 폐지돼야 할 한시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해당 조합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 스스로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할 것이며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에서도 제도운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강도높은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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