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슈퍼컴" 운영 민영화 검토 재고를

슈퍼컴퓨터 운영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여론이 거세다.

정부기관 및 출연기관, 대학연구소 등 그동안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온 관계기관들은 정보통신부가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을 백지화한 데 이어 슈퍼컴퓨터 운영사업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자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역발상이라며 이의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운영의 민영화 추진은 정통부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이 어려운 데다 기초과학 및 산업기술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운영사업이 정통부의 사업성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특히 교육기관, 정부출연기관 및 정부기관이 슈퍼컴퓨터 총 사용시간의 90% 내외를 점유하고 있는 데 비해 사용료는 실제 운영비의 7% 정도밖에 부담하고 있지 않아 슈퍼컴퓨터 운영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 운영자인 정통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석에서 보듯 슈퍼컴 관리 및 운영관련 소관부처를 종전처럼 기초과학 육성을 담당하는 과기부로 환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 파워는 어디까지나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슈퍼컴퓨터의 효용성과 활용성을 일개 부처 차원에 국한시키면 앞뒤가 안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부처 차원의 근시안적인 처방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위한 대승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통부는 슈퍼컴퓨터 운영의 민영화를 통해 불필요한 슈퍼컴퓨터 사용 억제는 물론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 및 사업추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 슈퍼컴을 이용하는 연구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슈퍼컴퓨터를 수익사업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사례는 해외의 어떤 국가에도 없으며 오히려 경쟁국들의 국립슈퍼컴퓨터센터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슈퍼컴퓨터는 학문연구와 기술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장비다. 슈퍼컴퓨터 시설은 신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기초과학 연구, 산업기술 개발 등에서 앞서가기 위해 선진국들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IMF체제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투자의 우선순위에 밀려 올해 3호기 도입이 무산된 것과 기상청의 후속 기종 도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인 슈퍼컴퓨터 파워는 한국을 1로 할 때 일본은 18, EU는 25, 북미는 55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대학의 경우 세계 최고와 비교할 때 한국은 5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슈퍼컴퓨터가 기술개발은 물론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 복지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인프라로 자리잡았으나 투자규모 면에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슈퍼컴퓨터 이용기관들은 슈퍼컴퓨터 운영사업을 민영화하기보다는 일반 회계로 예산을 지원받아 그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공사업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슈퍼컴퓨터 이용률이 98% 이상에 달해 용량확대가 시급한 점을 고려할 때 일리있는 의견 제시로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의 하나인 국립슈퍼컴퓨터센터 설립도 이제는 심도있게 검토해볼 만한 단계가 됐다. 슈퍼컴퓨터 운영을 부처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신 SOC라는 관점에서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가기관으로 법제화하는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총 연구개발 예산의 1%면 국립슈퍼컴퓨터센터 하나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자금규모는 국가나 국민의 필요에 의해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이 부족해 기회를 놓친다면 그만큼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어지게 마련이다. 슈퍼컴퓨터 파워를 높이려는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