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23)

김지호 실장은 김 대리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그런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김지호 실장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동그랗게 드리워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가을하늘.

한정된 동그라미 안으로 하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동그란 하늘. 김지호 실장은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다가 한쪽으로 걸쳐진 건물에 시선이 멈춰졌다. 바로 창연오피스텔이었다. 어제 죽은 여자의 호실이 곧바로 올려다 보였다. 그 바로 위층은 컴퓨터가 연동되고, 옥상의 위성안테나가 인입된 장소였다.

아.

김지호 실장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한동안 움직임을 정지한 채 그렇게 있었다. 만일 이곳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저 오피스텔 어딘가로 연결하여 작업을 수행했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들을 실행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2020호실.

김지호 실장의 시선은 맨 꼭대기층인 2020호실에서 멈춘 채 그대로 있었다. 가장 미심쩍은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하지만 섣불리 확인해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김창규 박사가 빨리 도착했으면 싶었다. 두번 다시 확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단 한차례에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김 실장님, 어떻게 확인이 다 되어갑니까?』

맨홀 위의 조 반장이었다.

『네, 다 되었습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사다리를 타고 맨홀을 빠져나왔다.

눈이 부셨다. 늦가을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실장님,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무슨 사건이지요?』

『어제 은행에서 돈을 찾아간 교포가 어제 밤에 서해 방조제에서 차를 타고 바다에 빠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달리던 차가 그대로 물로 빠졌고, 그 교포는 안전벨트를 찬 채 그 차 안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차에 실려 있었는데, 그때 방조제 수문이 열리면서 바다로 다 쓸려 내려갔다고 합니다. 트렁크도 열려 그 안에 들어 있던 돈도 다 바다로 쓸려 내려갔다고 합니다. 지금 그곳에서는 바다에 돈이 떠다녀 많은 배들이 나와서 돈을 건져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범인입니까?』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