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실리콘밸리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산업의 전략적인 해외진출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첨단기업 특히 벤처기업에는 일종의 기술창구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메카」이자 「벤처기업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지 않고는 「소프트웨어산업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지난 12,13일 양일간 벤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휴렛패커드, 인텔 등의 임직원들과 대한투자 및 한, 미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이 지역이 대미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특히 김 대통령은 스탠퍼드대 거에하드 캐스퍼 총장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 미국 벤처캐피털인 앰벡스그룹 이종문 회장으로부터 양국간 SW협력기구 결성에 대한 필요성을 건의받고 『한미SW협력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국내 핵심 전략산업의 대미협력 없이는 대한투자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업체의 해외진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는 이 협력위원회를 통해 양국 소프트웨어업체 간의 상호투자 촉진, 마케팅 지원, 기술개발 및 정보교류 활성화 등 민간차원의 상호협력 기반을 구축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이 2000년대를 겨냥해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금, 인력, 기술, 마케팅 등에서 세계적인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자리한 실리콘밸리를 우리나라 업체의 해외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이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지 못한 「소프트웨어산업의 세계화」는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다.
지난 4월 24일 우리 정부가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 해외SW지원센터를 설립한 것도 국내 유망 SW업체들의 대미 인큐베이팅(양육)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해 보겠다는 전략에 다름아니다. 소프트웨어업계의 결론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세계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재미한국인기업가협회도 최근 미국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하면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으며, 지난 12일에는 한국벤처기업협회의 벤처기업 대미 투자단이 현지를 방문해 실리콘밸리 해외지부 결성식을 가진 것도 해외에 진출하려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벤처기업협회 실리콘밸리 지부는 현지의 벤처캐피털 및 관련기관, 현지에서 활동하는 각국 유관단체들과 업무제휴를 확대하고 벤처빌딩 구축, 글로벌 벤처펀드 조성, 합작추진 등의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보통신업계가 실리콘밸리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우리 업체가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선 우선 시장에 아직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읽어내야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누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초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비즈니스 능력도 갖춰야 한다. 한국업체들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추상적인 비즈니스 감으로는 현지에 발붙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한국업체들의 실리콘밸리 진출 붐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현지에 적응하는 데는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하다. 벤처기업을 키울 「인큐베이터 환경」은 미국의 그것에 비해 너무 열악하다. 하지만 나스닥에 상장되는 이른바 고잉 퍼블릭(Going Public)에 성공하는 업체는 1% 미만이라는 게 이곳의 생존법칙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머지 99%에 대한 대책이다.
종합기술금융(KTB)을 필두로 동양그룹이 설립한 알토스, 암벡스 등이 활동중이지만 이스라엘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국계 벤처캐피털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내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군락을 이룰 수 있도록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김 대통령의 방미성과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세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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