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7)

조 반장은 강 형사가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작동을 시작하는 동안 창문쪽으로 다가섰다.

눈이 부셨다. 맑은 하늘로 늦가을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조 반장은 밖을 내려다 보았다. 광화문 네거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서 광화문쪽으로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네거리 한복판의 맨홀. 하늘높이 불꽃이 치솟던 맨홀에는 화재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뚜껑이 열려 있고, 「작업중」이라는 표지판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맨홀 화재와 여자의 죽음, 그리고 50억원이라는 돈.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보통사건이 아니었다. 만만치 않은 사건이었다.

조 반장은 조금 전 그 사내의 눈빛을 다시 떠올렸다.

만만치 않은 눈빛. 눈싸움에서 지면 그 싸움의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난 것이다. 만만치 않았다. 싸움으로서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미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이 사건의 모두를 이미 다 파악해버린 듯한 눈빛이었다. 그렇다고 쉽게 이 사건과 관련되었다고 확정지을 수도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반장님, 반장님을 찾는 분이 계신데요?』

『나를?』

조 반장은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김지호 실장이었다.

『아, 김지호 실장님. 여기까지 오셨네요?』

『네, 은행에서 연락을 받고 바로 왔습니다. 저의 처제가 그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제가 연락을 해서 바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조 반장님, 상황이 많이 변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일동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여기서 죽은 여자와 관계가 있어 이곳에 다시 들렀습니다.』

『네, 저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정리된 것이 있습니까?』

『아직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까 가지고 가신 자료는 참고가 되겠습니까?』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헌데, 그 글을 쓴 사람이 승민이라는 사람인데요, 그 사람이 여기서 죽은 여자와 결혼할 사이였다면서요?』

『네?』

『아직 모르고 계셨습니까? 처제와 이야기하다 보니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물으니까 이름이 승민이라고 했는데, 승민이라는 자가 바로 지금 유치장에 있는 사람입니다. 시나리오를 적은 사람의 이름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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