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6)

"..."

사내가 잠시 멈칫거렸다. 조 반장은 사내의 표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집중시킨 채 대답을 기다렸다.

"네, 가끔 관계를 가졌습니다. 서로 그만한 사이였습니다."

여전히 눈빛의 흔들림이 없었다. 차라리 너무나 태연스러운 사내의 말에 강 형사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서 있었다.

"언제부터였지요?"

"만난지 6개월부터였습니다."

"6개월부터요?"

"그렇습니다. 자주는 아니었습니다. 가끔씩이었습니다. 이런 것까지 말씀드려야 하나요? 이런 것은 제 개인적인 일인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다만 한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그날밤에도 관계를 가졌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단호했다.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연락 드리면 경찰서로 좀 나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참고인으로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연락 주십시오.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시신의 처리방법이 정해지면 연락 주십시오. 저도 참석하고 싶습니다."

사내가 간단하게 목인사를 하고는 현관 쪽으로 움직였다. 조 반장의 시선이 그 사내의 뒤를 놓치지 않고 따랐다. 출입구를 빠져나갈 때까지였다. 작은 키에 도수 높은 안경. 어딘가 허름해 보이기도 했지만 매우 집중력 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강 형사, 어떻게 잘 되었나?"

"네, 다 되었습니다. 정밀하게 확인해봐야 겠지만 테라코타에 남겨진 지문은 한 사람의 지문 같습니다. 여러개의 지문이 아닙니다."

"알겠네. 그리고, 저 컴퓨터도 한번 살펴보게나. 어제는 컴퓨터를 잘 살펴보지 않았어.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자세히 확인해 보라고."

"알겠습니다. 컴퓨터가 대형 컴퓨터네요. 일반인들이 쓰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그래. 죽은 여자가 컴퓨터를 아주 잘 다룬다고 했어. 조금 전의 그 사내도 컴퓨터프로그램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했어."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