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업계에 국내외 품질관련 규격을 획득하기 위한 품질관리운동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중소 PCB업체가 몰려 있는 안산공단, 남동공단을 비롯해 지방 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중견 PCB업체 공장 정문에는 「품질로 승부하자」 등의 구호가 적힌 붉은 글씨의 현수막이 내걸리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국산 전자부품의 수출 붐이 일어났던 10년 전 현상이 지금 다시 국내 PCB업계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처럼 PCB업계가 구호성 현수막을 내걸고 품질관리운동의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한 까닭은 극도의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는 PCB 내수시장을 탈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면 무엇보다 기술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해외 바이어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규격을 획득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PCB업체들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획득했거나 획득을 추진중인 규격은 「ISO 9002」 「ISO 14000」 「1백ppm」 「UL」 「MIL」 「QS9000」 등이다.
현재 해외시장에 PCB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 중 상당수는 미국 안전규격인 UL을 기본으로 획득해 놓고 있으며 품질경영시스템 규격인 ISO 9002를 획득한 PCB업체만도 삼성전기, LG전자, 대덕산업,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이수전자, 새한전자, 기주산업, 청주전자, 영풍전자산업, 서광전자, 백산전자 등 1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또 하이테크교덴, 원일써키트, 써키트정밀 등 10여개 중견 PCB업체들도 올해안에 ISO 9002를 획득한다는 목표아래 생산관리시스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ISO 9002와 더불어 국내 PCB업체들이 최근 들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규격은 환경경영시스템인 ISO 14000 규격.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미국 등 해외에 PCB를 수출하려면 대표적인 국제환경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는 ISO 14000은 국내 PCB업체들이 반드시 획득해야 할 필수규격인 셈.
현재 ISO 14000을 획득한 국내 PCB업체는 삼성전기, LG전자, 대덕전자 등 3개 업체에 머물고 있는 정도. 그러나 최근 들어 대덕산업, 코리아써키트, 이수전자, 새한전자, 청주전자, 영풍전자산업, 서광전자 등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는 7,8개 중견 PCB업체들도 ISO 14000을 획득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해 놓고 있어 올 연말경이면 ISO 14000을 획득한 업체는 1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병행, 중견 PCB업체들이 전력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품질관리활동 중 하나가 1백ppm운동. 제품 1백만개를 생산해 이 중 불량제품을 1백개 이하로 줄인다는 개념의 1백ppm 규격의 경우 현재 대덕전자, 청주전자, 영풍전자산업, 백산전자 등 6,7개 업체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규격인증을 받아놓고 있으며, 코리아써키트, 이수전자, 새한전자, 서광전자, 기주산업 등은 올 연말까지 인증을 취득한다는 내부 목표아래 사내 QC조직을 독려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싱글ppm운동을 올해 마무리, 국내 PCB업체로는 처음으로 제품 1백만개당 불량품 수를 한 자릿수로 떨어뜨릴 수 있는 품질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며, 코리아써키트는 사내 품질선진화 켐페인인 「5S운동」을 벌이는 등 10여개 업체가 회사실정에 맞는 독특한 품질관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수전자의 채동수 상무는 『앞으로 자동차에 PCB가 탑재되는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이수전자는 이에 대응해 미국 자동차협회 규격인 QS 9000의 획득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하고 규격은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덕전자의 김희경 이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초다층 PCB의 미국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미 국방성 규격인 MIL을 올해안에 획득한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PCB업체들도 이제 해외 규격을 획득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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