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학기술자와 정책결정

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최고지도자들 중에는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주은래(周恩來) 총리만이 천진의 남개(南開)대학을 졸업했고 모택동(毛澤東), 등소평(鄧小平), 주덕(朱德) 같은 지도자들은 일찍부터 혁명운동에 가담해 대학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었다. 특히 모택동은 학위 자체를 싫어해서 1984년에 중국대학들이 대학원(硏究院)을 만들 때까지는 석사, 박사 학위제도가 없었다. 70년대의 지도자들과 달리 현재 중국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대학출신이며 특히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많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상해(上海)교통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인데 50년대 중반에 중국정부는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을 확신해서 상해교통대학을 내륙지방인 서안(西安)으로 보내서 서안교통대학을 만들었다. 교통대학은 교통공학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고 일반 공과대학이다. 나중에 인문, 사회학과도 몇 개 생겼으나 옛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서안으로 대학을 옮긴 후 몇 년이 지난 다음 상해에 교통대학을 다시 만들었기 때문에 서안교대와 상해교대는 서로 자기 학교가 장쩌민의 모교라고 주장한다.

교통대학은 1896년에 창립됐는데 북경에도 북경교통대학이 생겼고 사천성에도 서남(西南)교통대학이 생겼다. 그리고 대만에도 국립교통대학이 창설돼 5개 학교가 96년 4월에 1백주년 기념식을 각각 가졌다.

미국에는 많은 교통대학 졸업생들이 있어서 이들의 모금이 대학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총리였다가 현재 국회의장격인 전인대(全人代) 상무위원장인 리펑(李鵬)은 주은래의 양자로 자라서 모스크바에 가서 전력(電力)공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국가 부주석이며 차세대 지도자로 예상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와 현 부총리이며 상해시장을 역임한 우방구어(吳邦國)는 북경에 있는 청화(淸華)대학의 전기과 출신이다.

부총리 리난칭은 상해에 있는 복단(復旦)대학 졸업생이다.

대학 총장들도 대부분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북경대, 청화대, 중국과기(科技)대의 총장은 모두 물리학자이며, 절강대, 상해교통대, 서안교통대, 하얼빈대 총장은 공학자들이다. 남경대학 총장은 수학자이며 요령(遼寧)대학 총장은 화학자다. 대만 정부의 각료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공계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또 미국의 대학 총장 중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최근 크게 많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교수 때부터 많은 연구비를 관리하면서 연구를 수행해야 되므로 경영에 대한 능력이 인문계 교수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총장은 문과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자연계 출신은 극소수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각료 중에서 이공과 출신은 2, 3명을 넘어 본 적이 없었다.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의 국장급도 대부분 법학과나 경제학과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계통 국장은 극히 드물다.

중국처럼 최고지도자들까지 공과출신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기술고시 출신들이 국장, 차관보, 차관까지의 승진에 별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인식과 풍토조성이 중요하다. 정부나 기업, 학교 등 각 분야에서 기술자들이 중요한 정책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홀대받는 현실이 바로 오늘날 고속전철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정부나 기업, 학교 등 각 분야에서 참다운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말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생각은 아직도 기술을 천시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도 알고 보면 우리의 고유한 기술개발에 소홀하고 기술을 사오면 된다는 한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정책과 기업의 방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과학기술 투자에 인색하지 말고 과학기술자들이 정책결정에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수영 포항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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