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사업은 그 나름대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국제, 시외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사업자들은 작은 규모의 투자를 통해 통신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별정통신사업의 활성화는 막강한 자본력과 고품질, 저가의 통신서비스를 동원해 국내 통신시장을 장악하려는 해외 통신사업자의 의지를 분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통신산업은 실제로 업체와 업체간 자유경쟁논리로 이끌어지기보다는 국가와 국가간 종속관계를 담보로한 전쟁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별정통신사업을 전면 허가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국내 통신시장을 보호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별정통신사업이 과거 기간통신사업이 누려왔던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공통의 지적이다.
이것은 별정통신사업이 신규사업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그 어느 사업 보다도 시장전망이 밝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별정통신사업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업체들에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체들간 경쟁이 자칫하면 과당, 혼탁 양상으로 치달아 국내 통신시장의 질서가 흐트러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통신 전문가들은 만약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통신시장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많은 수의 별정통신 사업자들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업자들간 과열경쟁은 우선 요금인하 경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국내 별정통신사업자들이 해외 협력파트너를 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낮은 콜요금을 제시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로 거는 전화에 대해 국내 사업자가 외국 사업자로부터 받는 콜요금의 수준이 국내업체들간 경쟁으로 지난해 분당 35센트에서 올해 1월에는 25센트까지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19센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별정통신사업자 개개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수지불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통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심한 것은 외국 통신사업자들이 콜요금을 대폭 인하하는 데 국내 업체들간 경쟁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상호접속과 설비제공 부문에서 자원의 낭비가 발생하는 것도 따져보아야 할 사항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9월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언번들링(unbundling) 개념을 도입, 기간통신사업자의 교환기를 별정통신사업자가 일정부분 임대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상황은 별정통신사업자, 특히 음성재판매, 인터넷폰 사업자의 경우 따로 교환기를 구입, 설치해야 한다. 결국 이것은 중복투자로 이어져 국가차원의 자원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미국과 국내 환경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의식의 전환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별정통신사업자들이 교환기 운용 및 마케팅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것도 갑작스런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다. 현재 30여개 가까운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실제로 통신요금의 원가구조를 정확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교환기를 운용해 본 인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국내 별정통신산업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밖에 선불카드의 다단계판매가 성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국내 별정통신사업의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다.
이제 막 탄생한 국내 별정통신사업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특히 별정통신사업자와 외국 통신사업자, 별정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간 동등한 관계 설정은 사업의 성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 별정통신사업자의 성공을 가름하는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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