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94)

『이제 조금 후면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거야. 그때 진행상황이나 내게 알려줘.』

김지호 실장은 창연오피스텔을 바라보았다. 1820호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반사되고 있었다.

『형부, 경찰서에서는 혜경의 죽음에 대하여 더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아냐. 전담반이 구성되어 있지만 아직 더 진행된 것은 없어. 부검결과가 오늘중으로 나온다고 하니까 그 결과에 따라 진행될 것 같아.』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왜 혜경이를 죽였을까요?』

『처제, 아직 단정지을 것은 하나도 없어. 아까 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마. 먼저 김승민의 글을 읽어보고 다시 얘기해. 혜경의 죽음이 이번 은행사고와 연계되었다는 것보다 더 큰 사건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알려지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어. 그냥 조용히 있어.』

『알았어요. 가만히 있을께요.』

『그래, 처제는 은행으로 들어가. 그리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내게 연락해.』

『형부, 언니는 오늘 집에 오실 수 있을까요?』

『응, 오늘은 집에 올 수 있을 거야.』

낙엽진 느티나무 가지사이로 뒤쪽 건물에서 반사되는 빛이 강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일동은행 쪽문으로 들어서는 현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다시 한번 창연오피스텔을 쳐다보았다.

혜경. 그녀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분명히 어떤 연관성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더이상 어찌할 수 없다.

빛. 창연오피스텔에서 반사되는 빛이 김지호 실장의 눈을 부시게 했다. 순간, 김지호 실장은 승민이 연행되었다는 황긍당을 떠올렸다. 금은보석을 판매하는, 종로쪽에서는 가장 큰 상점. 거기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만일 승민이 통신구 화재로 인하여 무인경비시스템의 온라인이 끊긴 것을 알고 침투했다면 이번 사건은 더 복잡한 구도를 갖게 된다. 정말로 이번 화재사건의 범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출입문과 창문 등에 설치된 충격감지용 센서와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들도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각 센서에서 감지한 데이터를 경비를 맡아 관제하는 경비회사까지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승민이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화재사건과 승민을 완전히 별개로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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