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93)

뒤쪽 건물에 반사된 빛이었지만 눈이 부셨다. 늦가을, 잎이 진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형부, 혜경이 참 착한 아이예요. 일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했어요. 얼굴도 예뻤지만 얼굴값 하지 않고 일을 잘했어요. 그 아이가 어떻게 이런 일에 연계가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에요.』

『처제, 혹시 그 친구 주변에 이번 사건과 관련될 만한 사람 없나?』

『저는 혜경이의 남자친구는 승민이라는 사람밖에는 몰라요.』

『승민?』

『네,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었어요. 맨홀에 불이 나던 날 그 사람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했었는데, 전화가 불통이라서 만나지 못했어요.』

『처제, 지금 승민이라고 했나?』

『네, 승민이라고 했어요. 혜경의 남자친구요. 그 사람은 혜경이 죽은 줄 모르고 있을 거예요. 아직까지 그 친구한테도 연락이 없어요.』

『무엇하고는 사람이지?』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글을 쓰고, 학교 강단에 선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 사람 성이 김씨지. 김 승민.』

『네. 맞아요. 형부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요?』

『처제, 그 사람 지금 경찰서에 있어. 아까 전화로 말했던 화재사건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람이야.』

『혜경이 남자친구가요?』

『그래, 그 사람은 불이 난 날 밤 다른 보석상점으로 침투하려다가 현장에서 연행되었어. 그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 시나리오가 발견된 것이야.』

『그럼, 그 사람이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는 거예요?』

『아, 잠깐. 아직 속단할 수 있는 것은 없어. 그 사람을 보고 왔어. 하지만 이런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썼다는 시나리오가 지금 내 차안에 있어. 먼저 그 글을 읽어보고 내용을 파악한 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형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럼 그 사람이 혜경을 죽였다는 말인가요?』

『아냐, 아직 속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연관은 되어있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아.』

『형부,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조용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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