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2000년이 되는 해를 1900년과 구분하지 못하고 각종 전산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프로그램 오류, 즉 밀레니엄 버그(일명 Y2k)에 대한 대책의 시급성은 그동안 본지에서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지만 최근 선진 각국의 이에 대한 대응노력과 우리나라의 현실 및 처방을 특별기획으로 종합진단한 최근의 Y2k 특집보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2백85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전세계 초대형 은행의 상당수는 컴퓨터 시스템이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대혼란이 발생하는 Y2k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힌 것은 충격적이다.
IIF는 이와 관련, 『앞으로 이자율 계산과 대금결제 시스템 등 기본적인 운영기능이 마비되거나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자료가 훼손돼 국제결제의 흐름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며 Y2k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스럽게 강조하고 특히 『2000년까지 1년9개월 남았다는 믿음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Y2k 문제와 관련, 90년대 이전에 보급된 구(舊)기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치부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경제가 Y2k 문제로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어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든지 또 미국의 전 컴퓨터를 검색, 수리하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미국 경제손실과 비슷하다거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소프트웨어 생산성연구소는 지난 2년간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 20만명이 Y2k 문제 해결에 동원됐고 앞으로 70만명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정보기술협회는 이미 35만명의 기술자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 캐나다, 일본, 영국 등 선진 각국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Y2k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포함된 「G8」국가들이 이달중 정상회담을 열고 Y2k 문제 해결을 위한 범세계 차원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컴퓨터 2000년 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현장점검을 토대로 6월중에 2차 현장점검을 실시,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하되 지방행정, 금융, 원전, 전력, 통신, 운송, 의료 등 10개 부문을 집중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실태파악을 위한 현장점검이나 역할분담 등 추진체계의 정비에 착수한 정도이니 당장 여기에 기대를 걸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또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2000년 문제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스템환경 분석과 계열사별 시스템 재개발 및 데이터베이스(DB) 수정 등 정지작업에 착수하고 있으나 민간 부문에서의 대응 역시 선진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엄밀히 따져 Y2k 문제란 정부기관이든 기업이든 간에 전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사용자의 문제인데도 은행권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문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관계자는 물론 일반국민의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2의 IMF한파」라고 일컬어지는 Y2k 문제는 어떤 특정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중요한 사안이다.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미 국내 은행들에 대해 Y2k 문제 대응여부를 신용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지가 최근 Y2k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 활동은 그 의미가 크며 각계각층에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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