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SW지원센터 개소 의미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최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세계 SW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4일(현지시각) 현지에서 해외SW지원센터를 개소, 우리나라 SW업체들의 현지접촉 창구역할과 수출시장 개척활동을 적극 지원키로 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새너제이의 국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IBI)에 2백60평 규모로 마련된 해외SW지원센터에는 이미 10개의 국내 벤처SW업체가 입주,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렸던 SW업체들은 수출에 대한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의욕만큼 성과가 따르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어떻게 시장을 뚫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개발한 제품을 들고 해외로 나가자니 어디에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고, 또 그만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도 없었다. SW업체들은 인터넷을 판매수단으로 활용하더라도 어쩌다 알고 찾아오는 바이어를 수동적으로 맞을 뿐이지 본격적인 판매수단으로 활용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 또한 영세한 SW업체들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SW업체들은 국산SW를 전략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주요 거점에 판매, 시장정보 수집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수출 전진기지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아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실리콘밸리 지역에 해외SW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은 SW업체들의 해외진출 기반확보와 현지정보 제공을 통해 국산 SW의 수출길을 트고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IMF체제 이후 해외시장 개척이 절실해짐에 따라 국내 SW업체들은 세계 SW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 지역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 지역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두고 있는 국내 SW업체는 15개 정도이며 이번에 해외SW지원센터에 10개 업체가 입주함으로써 모두 25개 업체가 현지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상당수 기업들이 추가입주를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 SW업체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SW업체들이 이처럼 실리콘밸리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이곳이 기술, 자본, 마케팅 기능이 총집결해 있는 세계 SW산업의 메카라는 점 때문이다. 이곳에서 주목받을 경우 사실상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유명 SW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 이곳에서 개발한 제품을 속속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술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세계 최대 SW시장인 미국을 상대로 마케팅활동 및 기술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실리콘밸리 지역에 해외SW지원센터를 설립, 진출기반을 구축한 것은 수출 전진기지의 확보와 함께 국내 SW산업이 획기적으로 육성되는 발판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SW지원센터가 수출지원 창구로서 명실상부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지진출 업체들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정부에서도 SW의 개발특성을 감안, 지원센터가 스스로 필요한 사업을 찾아 개척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직접 현지에서 마케팅이나 국내외 업체간 제휴를 주선하는 등의 굵직굵직한 활동은 물론이고 현지를 방문한 국내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것과 같은 조그만 활동도 영세한 국내 SW업체들에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SW수출을 성사시키는 필수조건이 현지의 우수한 프로모터나 벤처캐피털을 만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같이 눈에 당장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과 현지 업체 및 대학과의 마케팅 제휴 등 마케팅 전략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여러 정책사업 중에는 시작은 거창했지만 지속적 추진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결국 재정낭비만 불러온 사업이 많았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수출지원을 위해 마련된 기구가 오히려 수출의 걸림돌이 될 우려도 있고 외환위기에 처한 우리 형편에서 또 하나의 국고낭비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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