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87)

『집에는 별일 없었어요. 그런데 형부 지금 어디세요?』

현미는 가라앉은 은행 분위기를 감안한 듯 조용하게 말했다.

『응, 지금 경찰서로 들어가는 중이야. 이번에 발생한 맨홀 화재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서에 연행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

『그래요?』

『응. 그 용의자의 집에서 이번 맨홀 화재사고의 진행과정과 동일한 시나리오가 발견되었다는 거야.』

『시나리오요?』

『그래.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어.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거야.』

『형부, 우리 은행에서도 사고가 터졌어요.』

『어떤 사고?』

『어제 죽은 혜경이와 관련된 사고예요. 지금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해요.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나를?』

『네.』

『알았어. 경찰서에 들렀다가 바로 가지.』

『그러세요.』

경찰서.

경찰서 관내의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늦가을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처제 현미와 통화를 끝낸 김지호 실장은 곧바로 형사과 조 반장을 찾았다.

『아, 일찍 오셨네요.』

『네, 궁금해서 일찍 들렀습니다.』

『어떻게 통신망 복구는 다 되어 갑니까?』

『이제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단 임시복구이긴 하지만 통신망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 큰 사고였는데, 바로 마무리가 잘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반장님, 그런데 시나리오는 어떤 내용이지요?』

『네, 여기 데이터를 출력시켜 두었습니다. 화재가 나던 날 종각옆에 「황금장」이라는 금은보석 상점으로 침투하다 연행된 사람이 작성한 것입니다.』

『금은방을 터는 것하고 시나리오하고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검토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나리오대로 행동을 하다 현장에서 연행되었습니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시나리오 내용이 이번 맨홀 화재사건의 흐름과 많이 같은 것 같아 실장님한테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사건 시나리오. 김지호 실장은 조 반장이 넘겨주는 꽤 두툼한 출력물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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