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님, 혜경이가 여기서 작업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한 일 같습니다.』
『김 차장, 통신 케이블에 불이나 서울시내 통신망이 다 고장이 난 상태에서 어떻게 다른 곳에서 데이터를 입력시킨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내부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형편은 안됩니다. 밖에서 누군가가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서 누가 작업을 했다는 거야?』
『본점 전산실에서도 입출금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서는 모든 단말기와 개인의 패스워드도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요.』
『본점 전산실?』
『그렇습니다. 서울시내 모든 전산망이 고장이 난 상태에서 본점 전산실의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곳은 전산실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전산실로 책임을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혜경의 단말기에서 작업이 되지 않았다면 본점 전산실도 조사를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미는 지점장과 김 차장의 대화를 들으며 혜경의 자리에 놓여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프리지어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자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노란빛의 향내.
여러가지 꽃과 섞여 있지만 유독 향기가 강한 프리지어의 향내가 현미에게 온갖 상념을 일으키게 했다.
50억이라는 돈과 혜경의 죽음.
불법으로 50억이 인출된 것과 혜경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연관이 있을 것이고, 맨홀 화재도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돈과 죽음.
돈과 죽음이 연관되어 일어날 수 있는 극적인 상황들이 머리속에서 이어져 나타났다. 그 생각 끄트머리에 형부가 있었다. 김지호 실장. 통신전문가. 어제 이곳에 왔을 때 불이 난 시각과 온라인 회선이 오프라인으로 된 시각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던 형부였다. 다른 곳은 다 복구되었지만 이 은행만 전용선의 복구가 늦어진 것도 잘 알고 있을 형부였다. 혜경이 죽은 현장에도 찾아가 사건에 신경을 많이 쓰던 형부였다.
현미는 일단 형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50억이라는 돈이 이유도 모르게 타 은행으로 송금되어 모두 현금으로 인출되었다는 것은 이미 범죄였고, 그 범죄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일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 하나는 분명 맨홀 화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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