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79)

『앞으로 맨홀 속에 신설하는 케이블은 전량 불에 타지 않는 난연성 케이블을 사용하기로 계획을 수립중에 있답니다. 또한 통신구 교차분기점과 양수모터와 환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부터 20m 이내의 모든 케이블에 대해서도 난연재를 입히고, 자동포말 소화기도 설치할 계획이랍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라도 할 일은 해야지. 경보를 감지하는 것 가지고 사고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아무리 통제실에서 비상사태에 대한 경보를 감지한다고 해도 이번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에는 순발력 있게 대처를 할 수 없었으니까.』

『실장님, 그 구체적인 작업으로 기존에 운영해 오고 있던 화제방지시스템도 더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국의 맨홀에 할론가스 자동소화시설을 갖추어 화재가 나면 신속히 진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통신망 장애를 자동으로 감시하는 집중감시시스템을 더 진보시키고, 장애 발생시에는 신속한 복구를 위해 주요 통신회선의 경로와 방식을 더욱 다원화하며 국제전화나 시외전화 교환시설 같은 주요 시설은 좀더 분산 배치시키기로 계획 중이랍니다.』

『그래, 우리 회사에서는 이미 선로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어.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맨홀 속에 설치된 선로시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설립한 「선로기술연구소」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어. 우리나라 통신시설의 보유자산 40%와 전체 투자비의 50% 이상이 투입되는 선로분야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야. 이제 맨홀과 선로시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게 될 거야.』

우르르릉.

전철이 지나가는 듯 맨홀 속이 금방이라도 무너뜨릴 듯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실장님, 다들 고생이 많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잖습니까?』

『그래. 이번 사고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지. 일반인들의 통신시설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도 많이 커졌을 거야. 특히 맨홀에 대한 이해도 많이 되었을 거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맨홀 속에 이처럼 중요한 통신시설이 수용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을 거야.』

동그란 하늘.

맨홀의 동그란 형태대로 맑은 아침 하늘이 동그랗게 나타났다.

김지호 실장은 동그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복구요원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마무리 단계. 하지만 검정칠을 한 그들의 눈빛이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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