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해 대외 통신기기 무역에서 큰 이득을 챙겼다. 수출은 활발히 이루어져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에 수입은 오히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관세당국 통계에 따르면 97년 중국의 통신기기 수출금액은 전년보다 10% 이상 많은 99억6천9백만 달러로 거의 1백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수입금액은 전년비 11%나 줄어든 49억1천9백만 달러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액이 수입의 두 배를 넘고 무역흑자액은 무려 50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 정도의 성적표라면 지난해 중국의 통신기기 무역은 일단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별로 좀더 들어가 살펴보면 중국 통신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 위주의 수출구조. 사실 중국의 대외무역에서는 수출 제품의 가치가 낮은 게 언제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통신기기분야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먼저 통신기기의 무역량으로 보면 지난해 역시 수출은 부가가치가 낮은 단말 제품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반(유선) 전화기를 비롯해 무선전화기, 팩시밀리, 트랜시버(소형 무전기) 등 4가지 단말제품의 수출총액은 16억5천3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에 대해 고부가가치제품의 대표로 통하는 교환기의 수출액은 3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금액으로 단말 제품과 교환기의 수출 비율은 55 대 1이나 된다.
반면에 수입은 4개 단말제품이 4억3천9백만 달러이고, 교환기는 4천8백만 달러다. 양자간 수입 비율은 9 대 1로 수출에 비하면 크게 좁혀진다.
이같은 고부가제품과 저부가제품간 무역 불균형은 사실 중국의 고부가가치 기술이 극히 취약하다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즉, 기술면에서의 불균형 문제가 무역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력 부족으로 사실 단말제품들의 수출 역시 부가가치가 더 낮은 전화기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화기 수출국인 중국의 지난해 일반전화기 수출은 대수로는 약 1억10만대, 금액으로는 9억4천8백만 달러에 달했다. 전화기 수출이 4대 수출제품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으로 60%나 된다.
이에 대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일반전화기는 대수로는 93만대, 금액으로는 2천3백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결과로 일반전화기의 수출입 비율은 대수로는 1백7 대 1, 금액으로는 41 대 1이고 무역흑자는 9억2천5백만 달러나 된다.
그러나 제품 단가로 따지면 수출제품 1대당 가격은 9.5달러에 불과하나 수입제품은 1대 가격이 25달러나 된다. 부가가치면에서 중국 무역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구조로 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중국의 통신기기 수출구조는 여전히 위탁가공 위주로 돼 있다. 지난해 중국의 위탁가공과 수입가공 제품의 수출은 각각 전체의 22%와 69%, 합계로는 91%에 달했다. 가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공수출은 사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이익 또한 적다. 게다가 가공수출은 엄밀히 따져 수출로서의 의미가 적어서 두자릿수의 신장률이 갖는 의미 역시 적다고 볼 수 있다.
밀수 또한 심각한 문제다. 특히 휴대전화기를 포함해 무선전화기의 밀수가 극심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무선전화기 수입은 대수로 1백46만6천2백대, 금액으로는 약 4억 달러였다. 이에 대해 무선전화기 수출은 1백72만9천1백대에 약 3억8천4백만 달러로 수출과 수입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 수입제품 1백46만여대와 5백만대로 추정되는 국내생산분을 전부 합치더라도 중국 무선전화기 시장규모는 7백만대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서 실제 유통되는 물량은 1천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백만대 가량의 차이는 바로 밀수품 때문이다. 이는 사실 세관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무역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실제로는 무역적자가 훨씬 많음을 의미한다.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무역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통신기기무역에서 국영기업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7%인 데 대해 외국자본의 합작기업과 외국자본 독자기업의 비중은 각각 34%, 30%로 높았다.
수출 신장률로 보면 지난해 전체적으로 12% 증가한 가운데 국영기업의 신장률은 8%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반면에 합작기업과 외자 독자기업은 각각 22%와 13% 증가해 평균을 웃돌았다.
한마디로 외자계 기업이 중국의 통신기기 수출을 주도하고 있고 국영기업은 수출 주역에서는 멀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규모는 미미하지만 중국 민간기업의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수출 라이선스를 가진 민간기업의 통신기기 수출액은 78만6천8백만 달러로 전년비 3천4백70배나 뛰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해 중국의 통신기기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규모면에서 극히 미미했다. 위탁가공 위주의 중국 통신산업이 국제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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