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최근 들어 대대적인 외국인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올 상반기에 외국자본의 참여를 겨냥, 자본증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까지 2천여억원의 자본금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한솔PCS의 경우 1천억원은 국민주 형태로 공모하되 나머지는 외국자본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통프리텔도 최근 열린 주총에서의 증자 결의에 따라 상당 부분의 외국자본 조달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철 경영진의 교체로 경영권 단일화가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신세기통신의 경우도 외국인 지분확대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신임 포철 사장이 정보통신사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만큼 앞으로 증자를 통한 최대주주로 위상제고가 예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오롱 지분의 전액인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지분참여를 유도해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현재 7천원대인 신세기 주식을 포철과 외국투자가들이 1만2천원∼2만4천원에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외자 유치바람은 현실적 필요에 의한 자구책으로 여겨진다. 한마디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불러온 불가항력인 것이다. 아직도 막대한 초기투자가 요구되는 후발 통신사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미 상당액을 투자한 선발주자들도 우리의 현 경제여건상 국내에서 막대한 자본을 조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해법은 외국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수익성 및 성장성이 보장되고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업이라 부도 가능성도 낮다는 이점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내세울 수 있어 외국자본을 유지하는 데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게다가 정부도 외자 유치를 부추기고 있어 외국자본가들은 국내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외국인 자본 유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의한 선택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 시대에 외국인 투자를 통한 자생력 강화와 파트너십을 활용한 기술력 배양은 대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여타 업종과 성격이 다르다. 통신사업자라는 표현 대신 기간통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그만큼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 대상은 바로 전 국민과 모든 기업이다. 따라서 국민과 기업의 신경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공장이나 구두공장 등 일반 소비재 생산공장과 달리 기간통신사업자가 휘청거릴 경우 국가 전체의 신경망이 마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를 제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무선을 불문하고 올해는 33%(한국통신은 20%)까지만 허용하고 오는 2001년에는 49%(한국통신 33%)까지 허용하는 등 외국인 지분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물론 WTO 협정에 따른 양허안이기도 하지만 한마디로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은 당분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최근 일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 자본 참여 유치가 자칫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외국펀드들과 연합해 9% 남짓한 지분으로 국내의 유력 통신사업자에게 사외이사 1명을 할애해 주도록 요구해온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같은 사건은 비록 특정업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여타 사업자들에게 있어서도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외자 유치에 대한 당위성과 현실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있어선 사업의 특수성을 감알할 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외국인 자본 유치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지금 세계적인 규모의 자본이동과 함께 엄청난 파장을 몰로올 기업사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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