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60)

『김 박사, 어쨌든 이틀 동안 밤새우느라고 고생이 많았소. 좀더 수고해주시오.』

『김 실장이 더 고생이 많소. 이 칩에 관한 것은 더 알아볼 테니까 다른 일이나 착오 없도록 처리하시오.』

『그럼 전화 끊겠소.』

김지호 실장은 김창규 박사와 전화통화를 끝내고 통제실 안의 경보장치를 둘러보았다.

평상상태. 여전히 조용했다.

독수리 칩.

유일한 단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통신대란.

하지만 김지호 실장의 기분은 상쾌했다. 최악의 사고에 최선의 대응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재원인과 각 장비의 고장에 대한 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독수리 형태가 그려져 있는 칩. 그 칩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미 맨홀 속에서 발행한 발화원인은 수중모터의 분전반 과열에 의한 화재라고 공식 발표된 상황에서 독수리 칩은 유일한 단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먼저 어느 곳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칩을 만든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회사의 목적과는 달리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 칩의 프로그램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찌르릉. 찌르릉. 찌르르릉.

방금 전 확인한 경보장치에서 길게 경보음이 울렸다.

A2 경보. 김지호 실장은 경보 메시지를 확인했다. 영등포 지점의 시외교환기에서 발생한 경보였다. 데이터를 확인했다. 전송장치의 에러 비트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호 처리에는 문제가 안되는 장애였다.

『실장님, 어디죠?』

휴게실 한곳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지 과장이 경보음을 듣고 다가오며 물었다.

『영등포 지점의 시외교환기의 패리티 비트 에러야. 장애회선 일단 블록시켜 놓았다가 날이 새면 전송파트에 연락해.』

『알겠습니다.』

『좀더 눈을 붙이지.』

『괜찮습니다. 이제 개운합니다. 저희보다는 실장님께서 좀 쉬셔야 할 텐데요. 그제 밤, 어젯밤에도 한숨 주무시지 못했잖아요.』

『괜찮아. 초저녁에 잠시 눈을 붙였어.』

『제가 이곳에서 감시하겠습니다. 들어가 잠시 쉬십시오.』

『아냐, 옥상에 올라가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겠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