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58)

『여보세요?』

『김 박사. 나요, 통제실 김 실장이오.』

『아. 김 실장.』

『새벽에 전화해서 미안하오. 궁금해서 전화했소. 진행사항이 어떻소.』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소. 독수리 칩에 대한 프로그램 분석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소.』

『그래요?』

『그렇소. 독수리 칩의 외장을 뜯어내고 메모리의 구조를 분석했소.』

『쉽지는 않았을텐데.』

『그렇소. 메모리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서 이미지 프로세서를 활용하여 진행했소.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현미경도 활용했소.』

『그래,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왔소.』

『아주 특수한 형태의 프로그램이오. 고도의 능력을 갖춘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한 듯하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오. 아주 특수한 형태로 프로그램 되어 있소. 배치도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소.』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이지요?』

『하나의 칩에 두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소. 하나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 형태의 프로그램이오.』

『한 개의 칩에 두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칩 하나에 자동절체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정상적인 프로그램과, 또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라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소.』

『김 박사, 이해할 수가 없소. 어떻게 한 개의 칩에 전혀 다른 두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소. 또 그것이 어떻게 번갈아 가면서 동작할 수가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소.』

『김 실장, 평상시 통제실에서는 정상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이 운용되어왔소.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에서 불이 난 시점에 자동절체시스템에 바이러스가 침투되어 시스템 다운이 되었소.』

『그것까지는 알겠소. 하지만 어떻게 그 프로그램이 정상으로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오. 칩의 외장을 뜯기 전에 이미 독수리 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소. 외장을 뜯기 전에 독수리 칩의 프로그램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소. 맨홀에 화재가 발생한 순간에 바이러스가 걸린 프로그램으로 전환되고, 또 정해진 다른 시간에 정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전환된 것이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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