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단일시장화하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기업이 경쟁력 향상의 최우선 수단으로 정보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차세대 유망산업의 하나로 손꼽히는 전자 의료기기 부문의 정보화 수준은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첨단 제품개발은 고사하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기술 및 시장정보 입수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자의료기기의 경우 지역별로 제품 문화의 차이가 없어 가장 세계화한 아이템인 데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의료기기업계는 정보력이 부족, 「헛다리」짚기 일쑤라고 한다. 실제로 상당수 업체가 세계적인 기술추이에 역행하는 제품개발이나 사양길로 접어든 제품개발에 나서는 등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전자의료기기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의료기기의 주 수요처인 병, 의원과 의사들이 병원 행정업무 처리는 물론이고 진료 및 장비 구매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자의료기기 관련업체의 정보화는 시급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경희대의료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을 통해 신규 의료장비나 부품 및 소모품 구입에 나선 것을 비롯 대다수 의료기관이 원가절감 방안의 하나로 최첨단 정보기술 활용에 나서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려는 전자의료기기 공급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4백여의 국내 전자의료기기 공급업체중 30여 업체가 인터넷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 곳은 메디슨, 중외메디칼, 삼성GE의료기기 등 10여개사에 불과하다. 이나마도 동양물산기업이나 서통 등 전자의료기기 전문업체가 아닌 곳과 단순 의료용구 제조업체를 제외하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인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정밀하고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전자의료기기 생산, 공급업체가 「정보의 사각지대」라 불리울 정도로 정보화에 미진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체의 정보화 마인드가 크게 낙후돼 있는 것은 한마디로 이들 업체의 영세성 때문이다. 정보화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투자재원이 부족, 정보화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그동안 수입 전자의료기기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세계적 조류에 「무임승차」할 수 있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자의료기기 산업도 정보화가 기업의 사활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제보다 상위의 개념이 정보화』라며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사각지대란 오명을 뒤집어 쓸 정도로 정보화가 낙후된 것은 투자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영세업체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계의 정보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과 병행,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독자적인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조차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거나 업계와 단체 그리고 해외 무역관, 주재 대사관, 종합상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 해외 전자의료기기 시장 및 기술정보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 봄직하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의료기기는 개척여지가 무한한 원시림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여타 산업과는 달리 각국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제품 컨셉이 비슷해 하나의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 일 등 선진국을 비롯 세계 각국이 시장 선점을 겨냥,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의료기기가 공업기반기술자금과 한국전기연구소의 기술지원을 받아 차세대 X선 촬영장치로 불리는 고주파 방식의 X선 촬영장치를 국산화했고, 메디슨도 선도기술개발자금을 받아 1.0테슬라급 고자장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를 개발한데 이어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을 받아 3.0테슬라급 MRI 개발에 나서는 등 세계시장에서 그 성가를 높이고 있다. 결국 업계의 개발의지와 정부지원이 맞물려야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자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전자의료기기 업계의 정보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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