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컴퓨터, 정보가전시장 전략적제휴 점입가경

차세대 황금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는 정보가전시장을 놓고 전세계 가전업계와 컴퓨터업계간의 합종연횡이 올들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디지털기술이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에 이어 가전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각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보가전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전업계와 컴퓨터업계의 전략적 제휴를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전시장의 태동은 컴퓨터업계의 입장에서 볼때 PC에 기반을 둔 하드웨어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보가전용 운용체계(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함으로써 컴퓨터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가전시장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뢰성있는 생산기술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가전업체와 제휴하는 것은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벤처기업인 웹TV네트워크사를 전격 인수하고 케이블TV업체인 컴캐스트사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은 컴퓨터업계의 정보가전시장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초로 TV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한 웹TV사의 사업에는 소니와 필립스가 하드웨어 공급업체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히타치, 미쓰비시전기와 제휴를 맺어 가전업계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대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함께 네트워크 컴퓨터(NC)를 주창하고 나선 오라클사는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제니스와 공동으로 NC아키텍처에 바탕을 둔 인터넷 세트톱박스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 인텔, 컴팩, MS는 지난해 정보통신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루슨트테크놀로지와 디지털TV 개발을 위해 제휴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과 정보가전 부문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상품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다.

가전업계 입장에서도 컴퓨터 및 정보통신업계의 공룡들과 전략적 제휴는 시장선점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가전업체들 입장에선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선 경쟁력있는 소프트웨어업체를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보가전시장을 둘러싼 관련업계간의 합종연횡 추세와 관련해 올해 최대 이슈는 MS, 선 등이 개발한 운용체계가 얼마나 정보가전제품에 파급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MS가 정보가전용 운용체계로 내놓은 「윈도CE」는 이미 LG전자, 샤프의 휴대형PC나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장착됐고 올 하반기부터 클라리언사와 삼성전자 등이 상품화하기로 한 차량용PC에도 내장될 예정이다. 또 선마이크로시스템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CE에 대응해 내놓은 「퍼스널 자바(PJava)」도 인터넷 전화기를 시작으로 정보가전시장에 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선사는 향후 디지털TV, 인터넷TV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전제품에 자사의운용체계를 이식시켜 컴퓨터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정보가전시장에서도 누리겠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들은 이러한 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의도에 공식적으로는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분야에서 대응기술이 미약한 가전업체들이 힘을 합쳐 시장을 선점하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선사의 유혹을 얼마나 뿌리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정보가전시장 선점을 둘러싼 업계간 합종연횡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지구촌 전자업계로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는 빅뉴스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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