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초고속망 2단계사업 (2)

정부가 초고속망 구축 2단계 사업의 준비단계로 각 분야별 장비수급 대책을 마련한 것은 국산장비 확보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안의 중심내용은 기간전송망 장비뿐 아니라 구내(근거리) 통신망(LAN) 및 가입자망 관련장비의 국산화에 있다. 전 분야에 걸쳐 국산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초고속망의 성공적인 구축을 이끌어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직시한 결과다.

LAN 장비 국산화는 초고속망 1단계 사업 시작 때부터 줄곧 시급한 과제로 인식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LAN 장비의 국산화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전체 3천억원을 웃도는 순수한 LAN 장비시장의 90% 이상이 외국업체에 점유당하고 있다. 기술, 장비 개발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몇몇 업체만를 중심으로 장비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마련을 통해 LAN장비의 외산 편중현상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국산화를 추진할 장비로 고속이더넷, 기가비트이더넷 스위칭장비, 라우터 및 구내 배선설비(통합배선시스템) 등을 선정했다.

이들은 모두 대형시스템으로 LAN카드와 작은 규모의 스위칭허브, 라우터 등과는 달리 국산화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는 장비들이다. 2002년까지 스위칭장비는 전체수요의 25%, 라우터는 15%, 통합배선시스템은 약 10% 이상까지 공급능력을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 학, 연 공동개발 및 역할분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HAN/B-ISDN사업과 비동기전송방식(ATM) LAN 기술개발 사업에 참가했거나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의 기술력을 한곳에 모은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한국통신기술협회(TTA) 등이 중심이 된 공인 인증제도를 마련, 국산장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관련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LAN 설치기준 등 제도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할 LAN장비는 최근에 외국업체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기가비트이더넷 장비군. 우선 올 한해 동안 32Gbps급 기가비트이더넷 스위치와 카드를 개발하며 99년에는 이들 장비의 상용화 및 시험망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스위칭기술 개발경험이 있는 업체들의 공동연구로 이의 조기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라우터 분야의 경우 중소형 또는 SOHO용 라우터는 삼성전자, 쌍용정보통신 등이 국산화를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 중대형 품목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책연구소 등이 보유하고 있는 스위칭기술에 외국의 상용 라우팅 소프트웨어를 이식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번 LAN장비 수급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통합배선시스템의 국산화 대책. 통합배선시스템은 케이블뿐만 아니라 커넥터, 배선반 등 각종 액세서리를 통합한 제품군으로 LAN장비의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들이다. 통합배선시스템의 국산화율은 케이블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정부는 현재까지 이 분야에 대한 국내 산업체의 기술개발 투자가 적은 실정임을 감안, 사업자와 정부 주도하에 일정기간의 R&D 인큐베이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10Mbps급 무선 LAN 기술, 제품 및 비동기전송방식(ATM) LAN장비의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LAN장비 수급전망 및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계획과 실제적인 관심, 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번 대책은 실제로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각론이 이를 시일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LAN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실정이어서 정부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번 대책은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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