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TV사업 공동전선 구축을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동계 가전쇼(CES)에서는 디지털TV 관련 보도가 연일 관심을 모았다. 주최 측이 디지털TV란 주제로 마련한 공동관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세계의 주요 디지털TV 개발업체들을 초청한 가운데 시험방송을 실시한 것은 큰 진전이었다. 이번 행사기간에 참여기업 간의 기술교류와 제휴 등 협력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이 모색된 것도 특징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오는 6월 미국에서 사상 처음 실현될 디지털TV 방송을 앞두고 이 분야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관련업계의 숨가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세계 전자메이커들이 이처럼 디지털TV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디지털TV의 상품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디지털TV는 명실상부한 21세기 정보사회의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디지털TV 기술경쟁의 승자가 결국 21세기 정보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올해 디지털방송이 실시되는 미국지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내년 1백만대, 25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1천5백만대, 2백80억 달러, 디지털TV의 보급이 정점에 달하는 2006년에는 3천만대, 4백50억 달러라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시장분석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구당 2∼3대씩이 보급돼 있는 일반 TV를 디지털TV가 대체하는 셈이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예상되는 디지털TV 부문에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메이커들을 따돌리고 나름대로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한발 앞서 가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양사는 이번 동계 CES에도 디지털TV를 출품, 국내 기술을 전 세계에 과시했으며 일본의 JVC나 필립스 등 기술 면에서는 지금까지 가히 넘볼 수 없었던 기업들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우월적인 입장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디지털TV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고 해야할 일도 산적한 상황이다. 관련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시장상황도 급변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렵게 확보한 원천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면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디지털TV를 놓고 국내업체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불협화음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국내 업체간에 서로 디지털TV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는 주장이나 관련 부분품의 공동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 등은 본질이 아닌 사소한 문제로서 더 이상 이런 문제를 놓고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세계 최초로 시험방송 성공」이라는 애매모호한 내용을 흘리는 자세나, 경쟁업체의 발표내용을 희석시키기 위해 곧바로 준비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자세 등은 이제 자세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디지털TV는 앞으로 세계 정보산업을 좌우할 핵심제품으로서 국내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개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쾌거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선진국들에게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던 쓰라린 경험에 비추어 보면 획기적인 성과임에 틀림없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를 계기로 디지털TV시장에 관한한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보다 큰 차원에서 공동의 대응전략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간 비생산적인 소모전으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친다면 국내 전자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국내 경쟁업체를 의식해 내가 무엇을, 어떤 기술을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외국업체들의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제 시장에서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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