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IMF란 말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지고 일상대화에서조차 가장 흔한 용어가 되었다. 60∼70년대 우리는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을 했다. 그 결과 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 「동양의 4마리 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최고의 압축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어느 새 선진국진입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근로보다는 여가를 더 즐기고, 기술혁신보다는 외형성장이 지속되어 고금리, 고지가, 고입금 행진이 계속되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고개는 높은 턱이었다. 선진국 진입을 결정한다는 1만 달러 국민소득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한 나라 정치, 경제, 사회구조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IMF구제금융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에서 비롯되었다. 이 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고 한국병 치유의 처방이다.
우리는 달러를 벌어야 IMF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력의 원천을 낮은 가격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 고부가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달러를 계속 많이 벌 수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원자재나 중간제를 수입, 가공하여 수출함으로써 달러를 벌어 모았으나 그간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던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국 등 저비용의 개도국 추격에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며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많으므로 이제는 두뇌지식산업으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 소위 두뇌산업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산업, 생명공학 등 에너지와 자원을 적게 쓰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지식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우리의 유한한 자원을 고려할 때 모든 산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추진하야 하며 여타 산업의 공통인프라가 되는 정보화 및 정보통신산업에 자원을 집중하여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선점하는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은 그간 핵심기술 개발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세계 최초 CDMA기술 상용화 성공 등 괄목할 성과를 거둠으로써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백1억달러 무역흑자 달성, 올해 1백42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분야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통신서비스 경쟁 활성화를 통해 수요를 개발하고 해당기술력을 축적하여 적극적인 해외시장을 개척한 결과이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은 성장추세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여 향후 5년간 44만명의 신규고용을 통해 고용불안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정보화는 원활한 정보의 생산, 소비, 유통을 통해 시장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기업의 구조조정,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촉진, 나아가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을 가져 올 수 있는 핵심수단이다. 최근 기업들이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우선적으로 투자를 줄이는 대상의 하나가 정보화 분야라는 소식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정보화는 단순히 업무를 전산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의식변화, 조직구조의 변경 등 하나의 문화운동이기 때문에 최고 경영책임자의 강력한 정보화 실천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해 IMF조건이행에 따른 저성장, 고실업과 함께 물가상승도 동반되어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강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향후 인플레 없는 성장과 국제수지의 균형기조를 유지하면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처방보다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경쟁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발전 원동력이 필요하다.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은 국가사회의 각 부문에 걸친 저효율의 낡은 구조를 깨뜨리고 경쟁력을 향상시켜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위기 속에는 기회와 위험의 양 요소가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합심노력 여하에 따라 현재의 어려움이 오히려 국가사회 발전의 양약이 될 수 있다.
산업화시대에서 21세기 정보화시대로 전환되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정보화 촉진과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통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제2의 한강기적을 이루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朴成得 정보통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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