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 주전산기사업 성과와 과제

지난 88년부터 추진돼온 국산 주전산기 개발 및 보급사업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국산 주전산기 개발 및 보급사업은 「중대형 컴퓨터기술의 국산화 달성」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고 이제 제2의 도약을 위한 거보를 내딛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4단계에 걸쳐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 개발 및 보급사업은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총 1천2백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돼 총 1천1백여대의 보급실적을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컴퓨터관련 국책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사업은 당초 국내 순수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중대형 컴퓨터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외국의 유력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의 파상적인 공세를 뚫고 과연 국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중대형 시스템의 수입대체를 통한 시스템산업의 육성 및 발전을 목표로 시작된 이 사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지원 정책과 연구소, 학계, 참여기업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산 주전산기사업은 현재의 주력기종으로 보급, 운영되고 있는 제3세대 전산기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 및 경험이 융합돼 있는 이른바 「신국산 주전산기」에 바통을 넘겨줘 거듭 태어나게 된다. 주전산기업체들은 지난해 말 개발이 완료된 4세대 국산 주전산기의 일부 핵심기술만을 흡수한 「신국산 주전산기」를 제각기 선보이고 본격적인 공급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국산 주전산기사업이 지난 10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보호막에 안주해온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은 냉혹한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적용되는 「시장」에 내몰리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및 정부조달협정 발효로 인한 시장개방화 바람은 더 이상 정부가 「국산」이란 명분으로 제품을 우선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이제 국산 주전산기사업은 외산 기종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고 기술개발도 제조업체가 자체적인 계획 아래 추진돼야 할 상황에 있다. 결국 국내 주전산기업체들은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외국의 유력 중대형 컴퓨터업체와 국내 공공시장은 물론 민수시장에서 각자의 기술력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국산 주전산기가 얼마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각 제조업체의 역량에 달려 있다. 각 주전산기업체들은 지금까지의 공공부문 중심 영업에서 탈피, 민수부문 등 신규 수요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불편함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나아가 국산 주전산기의 안정화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성능개선, 개량 및 기술지원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은 국산 주전산기를 중심으로 한 솔루션업체나 시스템통합(SI)업체로 변신하는 등 자구노력을 더욱 적극 강구해야 한다. 각 공공기관이나 민간부문이 지난해부터 전산시스템 공급자격을 솔루션공급업체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의 솔루션 및 SI업체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상태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산 주전산기를 중심으로 한 솔루션, SI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될 것이다.

구매입찰제도 역시 이번에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국산 주전산기의 적정이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주전산기,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통신 등을 포함한 총액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적정가격 입찰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국산 주전산기에 대한 수요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고 공공부문에까지 외국 중대형 컴퓨터업체가 가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주전산기업체들이 무리한 수주전을 전개하면 제품을 팔아봐야 남는 게 없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방단체들도 대형 국책사업 추진 때 국산 주전산기가 신규 수요창출을 통한 중대형 컴퓨터 산업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도 높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아울러 민간부문에서도 AS측면이나 가격면에서 유리한 국산 주전산기가 향후 국가정보화의 초석으로 다져나가고 수출품목으로 육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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