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부품업계, 무인년은 「잿빛 구름」

지난 몇년간 CDMA특수로 대변되는 이동통신 붐을 타고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의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통신부품시장은 무인년 들어서 호재보다 악재가 많아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한반도에 상륙한 IMF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통신업계의 투자와 생산도 크게 위축돼 결국 이제 본격적인 시장도약기에 접어든 통신부품시장도 어쩔 수 없이 고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통신부품시장의 잿빛전망을 예고하는 악재들은 여기저기 산적해 있다. 우선 고환율시대에 따르는 환차손 부담이 예상보다 상당히 클 것이란 점. 현재 국내 통신부품업체들은 대부분의 원자재는 달러로 수입해서 완제품은 주로 원화로 내수에 공급, 환율급등에 따른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이는 CDMA기술을 채용하고 있는 국내 통신업계가 해외에서 시장을 대거 확대하기 전까지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수직계열화를 통해 상당부분의 원자재나 부품을 자체조달하고 있는 KMW 등 일부 업체는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 대부분의 통신부품업체들은 환율이 1천4백∼1천6백원대만 유지해도 지난해보다 평균 70∼80%의 원가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1차 수요처인 통신장비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종속적이고 폐쇄적으로 이루어진 국내 통신부품 수급의 생리를 감안할 때 환차손 비상이 걸린 통신시스템업체들이 가장 먼저 부품단가 인하를 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 한국통신의 시스템가격 인하요구를 시발로 가격압박이 부품업계에까지 전가될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통신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또 하나의 악재는 PCS서비스업체인 한통프리텔과 한솔PCS가 기지국을 공유키로 합의, 올해 통신부품 수요가 크게 줄게 됐다는 점. 아직 양사는 기존에 깔려있는 기지국을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할지 확정한 것은 아니나 PCS업체들이 수억원대의 기존 기지국을 신설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전체 부품수요의 감소분은 단순히 계산해도 70%를 넘을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 역시 IMF체제 출범으로 통신시장도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통신서비스, 장비 업체들 공히 내실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당초 예상보다 절반 이상 예산을 감축할 것으로 보여 통신부품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도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통신부품의 거래가 폐쇄적으로 형성돼 독자적인 기존 시장공략이 만만치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CDMA장비시장이 미국 등 일부에 한정돼 있으며 IMF시대로 국가신임도마저 하락,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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