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17)

김지호 실장은 컴퓨터에서 빠져나온 회선을 계속 확인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창틀의 홈을 따라 포설되어 있었다.

환풍기였다. 컴퓨터에서 빠져나온 회선은 환풍기로 연결되어 있었다. 환풍기는 정지된 상태 였고, 주변에 환풍기를 가동시킬 수 있는 스위치는 보이지 않았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컴퓨터 쪽으로 다가서 데이터를 확인했다.

환풍기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의해 동작 되도록 되어 있었다. 가동시간이 세팅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ON 01:00. OFF 01:30.

컴퓨터에 세팅되어 있는 시간에 환풍기가 동작했을 것이었다. 데이터가 입력된 시간을 확인했다.

22:00.

어? 김지호 실장은 그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외부에서 환풍기의 작동시간이 입력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컴퓨터에 외부의 다른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인가? 김지호 실장은 컴퓨터의 외부회선을 다시 확인했다.

외부로 라인 하나가 별도로 빠져 나와 있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벽면의 단자함으로 인입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회선이 외부에 연결되어 있든지, 이 건물의 어느 곳에 연결되어 있든지 통신실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었다.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었다. 발신음이 떨어졌다. 그랬다. 이곳의 전화는 수용구역이 달라 광화문 네거리 맨홀 화재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어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안내를 연결하여 건물의 통신실을 호출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1820호실입니다. 뭣좀 여쭤 볼 것이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1820호실이요? 사람이 죽은 데 아닙니까?』

이미 통신실 담당자도 사람이 죽은 것을 알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렇습니다. 사고처리 때문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항이지요?』

『1820호실에서 빠져나간 회선이 하나 있는데, 그 회선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1820호실 회선 하나는 2020호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반 전화회선이 아니라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회선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그럼 2020호실에는 무슨 회선이 들어와 있지요?』

『2020호실에는 회선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인터넷 전용회선과 국제통신용 전용회선이 들어와 있습니다.

2020호실만을 위한 광케이블이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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