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업계의 수출 총력체제

전자, 정보통신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경제가 살아남는 길은 수출확대뿐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올해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수출확대에 두고 이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 LG, 현대, 대우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그룹의 수출확대 방침에 따라 올해 사업전략의 첫 머리를 아예 「수출 생존전략」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임직원의 임금삭감과 조직축소 등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모든 역량을 수출부문에 집중 투입해 올해 수출을 15~40% 증가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최근 서울리서치와 공동으로 2백10개 전자, 정보통신업체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98년 전자, 정보통신산업 경기전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출확대 의지는 잘 드러난다. 이 설문조사 결과 전자, 정보통신업체 경영자의 65.6%가 올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보통신기기, 부품, 가전, 산업전자분야 업체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70% 이상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한결같이 올해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수출확대에 두고 있는 것은 수출이 국가경제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고금리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기업이 살길은 수출을 늘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수출확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은 우리나라 최대의 외화획득 수단이자 경제의 근간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높고 산업 자체가 수출을 전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안되면 당장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이것이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반도체 수출이 위축됐던 지난해 이미 경험했던 사항이다. 그만큼 경제위기의 돌파구는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는 튼튼한 수출기반을 가지고 있고 올해 해외시장 전망도 좋은 편이다. 게다가 환율이 40% 이상 급등,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해외바이어들이 몰려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하락으로 고전해 왔던 반도체 수출이 16MD램과 64MD램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2의 반도체 호황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올 3~4월부터는 본격적인 수요 진작과 함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호전에 힘입어 반도체3사는 새해 연휴기간에도 생산라인을 가동시켰으며 설날연휴에도 정상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각 경제연구기관이 제시하는 수출전망도 밝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IMF 자금지원 하의 산업별 영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 정보통신 수출은 환율급등과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증가율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는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1.3%에서 올해 19.8%로 크게 높아지고 가전제품은 지난해 마이너스 14.7%에서 1.0%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일반 전자부품과 통신기기, 컴퓨터 등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뿐 10~16% 증가세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수출확대는 의지만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다. 수출의 발목을 붙잡는 각종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업계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장 수출입금융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이나 환율변동 위험을 이유로 수출신용장을 매입해 주지 않고 있는가 하면 달러 부족을 이유로 수입신용장 개설을 아예 기피하는 경우까지 있어 수출용 원자재 조달은 물론 자금난 타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말 은행장회의를 긴급소집, 신용장 방식의 수출환어음을 전량 매입토록 지시했지만 「제 코가 석 자」인 은행들이 잘따라 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따라서 정부는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해주고 은행들도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근시안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금공급의 우선 순위를 수출지원에 두고 이를 일선창구에 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기업들도 정부 지원에 무턱대고 기대는 관행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기술,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처럼 정부-금융기관-기업들의 노력이 삼위일체가 되면 원화가치 절하의 효과가 그대로 수출전선으로 이어져 기업의 자금난 타개와 함께 국가적으로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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