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제품 처리제도 획기적 개선

가전업계는 앞으로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의 폐기물 예치금을 내지 않는 대신 자체적으로 폐가전제품의 재자원화 사업계획을 수립, 수행해야 한다.

10일 통상산업부는 갈수록 늘고 있는 폐가전제품의 재활용을 촉진하고 비현실적인 폐기물예치금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전제품 재자원화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정, 입법 예고하고 관련부처와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 「폐기물관리법」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에 의해 kg당 38원씩 부과해온 폐기물 예치금을 내년 7월1일부터 폐지하는 대신 가전제품 생산업체가 수거된 폐가전제품의 재자원화 시설을 직접 마련, 운영토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통산부는 이 법(안)의 적용대상 품목을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회수, 처리가 곤란하면서 예치금 대상 품목인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4개 품목이며 앞으로 폐기물 발생량이 크게 늘어날 PC와 모니터 등도 대상 품목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폐가전품 배출자인 소비자의 경우 현행대로 쓰레기 종량제에 따른 배출 수수료를 납부하고 자방자치단체와 판매자가 이를 처리장까지 회수, 운반하며 제조 및 수입업자는 수거된 폐가전제품을 재자원화 하거나 처리토록 하는 등 각 경제 주체들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가전제품 생산업체는 제품의 설계, 제작 때 제품의 재자원화가 용이하도록 만들도록 의무화 하는 한편 가전제품 재자원화 시설 마련을 위해 필요한 개발자금은 정부가 현재 지원하는 산업기반기금,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자금, 에너지이용합리화기금, 재활용산업육성자금 등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이와 함께 생산업체의 재자원화 사업을 강력히 집행하기 위해 생산업체가 이 법에서 정한 재자원화 시설을 운영하지 않거나 재자원화 단체에 가입하지 않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재자원화 요청 거절, 보고 및 자료제출 않거나 허위로 한 경우, 출입 및 검사등을 거부하거나 방해 한 경우 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편 지난 92년부터 시행된 가전제품의 폐기물 예치금은 11월 말까지 2백35억원이 징수됐으나 업계에 되돌려준 돈은 5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폐가전제품에 대한 폐기물 예치금의 부담도 갈수록 늘어 가전업계는 올 한해 동안 전년대비 1백31%가 늘어난 1백48억원의 폐기물 예치금을 낼 것으로 추산돼 새로운 「가전제품 재자원화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발효되면 생산업체의 부담이 연간 90억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폐가전제품의 재활용은 오히려 촉진되고 소비자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통산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에 대해 기존의 폐기물 관련법령을 특정분야 제품에 대해서만 적용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다른 품목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어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