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의 집.
그랬다. 현미는 혜경의 집을 알고 있지 못했다.
정말 그토록 친하게 지냈던 혜경이었지만 정작 그의 집을 알고 있지 못했다.
『비상연락망 주소는 있을 거 아냐?』
『거기에서는 이사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시 한 번 비상연락망 주소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현미는 혜경의 비상연락망 주소를 확인했다. 전화번호가 맞지 않았다. 이사하기 전의 주소였다. 언젠가 혜경은 자신이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현미에게 변경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었다.
사람 없는 은행 창구.
현미는 자신이 어저께 처리한 전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산망이 온라인 상태로 되어 있었다면 본사의 컴퓨터를 이용해 단 한번에 작업내역이 출력되지만 전산망이 오프라인이 된 지금은 수작업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연락이 오겠지. 맨홀 화재로 전화가 고장이라서 연락을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현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업을 계속했다. 한동안의 시간이 걸릴 거였다. 만일 혜경이 출근하지 않는다면 그의 일까지 현미가 처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창구로 들어서는 사람은 없었다. 현미는 사람들이 없는 창구를 바라보고 앉아 일을 한다는 것이 어쩐지 계면쩍어 보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 맨홀에서 일어난 화재를 알고 있었고,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고 복구 과정을 보고는 이내 은행 앞에 씌어 있는 온라인 고장이라는 말에 수긍하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혜경에게 연락은 없었다. 현미는 몇 차례 더 공중전화로 혜경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하지만 어쩔 도리는 없다.
자신이 작업한 전표정리를 마친 현미는 혜경이 작업한 전표를 정리했다. 별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일반적인 날의 일반적인 정도의 양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연락이 없다고 분명히 이사한 줄을 아는 비상연락망의 주소로 찾아가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전화번호? 현미는 순간적으로 전화번호가 있으면 그 전화가 놓여져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부나 은옥언니에게 연락을 취하면 혜경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저예요. 현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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