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 연구결과展] 출연연, 中企 기술이전 성공사례

과학기술처 소속 20개 출연기관과 대학 등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이전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STEPI, 소장 김인수)가 최근 출연연과 대학, 국, 공립 연구소 등이 지난 93년부터 5년 동안 중소기업에 제공한 기술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4백83개 기술이 중소기업에 이전됐으며 기술을 이전받은 중소기업의 숫자는 6백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출연연들의 기술이전사업은 단순히 기술이전에만 그치지 않고 상품화 연구까지 공동으로 추진, 최근 잇따라 시장에 상용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EPI가 최근 조사한 「중소기업 기술 무상이전사업 성공 주요사례」를 소개한다.

레이저 정밀용접기술(하나기술·대표 김도열)

레이저 용접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만큼 곡률이 많은 부품 등의 정밀가공이 가능하다. 또 후공정이 필요없어 공정단축과 자동화가 용이하다. 때문에 산업용 기계부문은 물론 반도체, 컴퓨터, 미세회로기판 설계 등 전자공업,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나기술은 지난 92년 설립된 레이저시스템 전문업체. 김도열 사장은 금성전선연구소에서 레이저 연구팀장을 지내는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레이저 전문가로 통한다. 하나기술은 설립 직후부터 한유희 한국기계연구원 레이저 그룹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지난 93년초 레이저 용접기의 최적화기술 등을 이전받아 불과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 이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그후 각종 전시회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 용접업계에서 크게 히트했고 하나기술은 이를 발판으로 올해 매출액 27억원을 바라보는 우량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도열 사장은 『독립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연구장비의 부실 등 용접실험을 마음껏 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기계연구원측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하나기술은 레이저 기술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 및 성능평가 등을 기계연구원측에 맡기고 자신은 제품의 설계 및 시제품 개발 등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에너지절약형 안정기 (금산산업·대표 한상리)

형광램프용 안정기는 크게 자기회로식(코아식)과 전자회로식 안정기 등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자기회로식 안정기는 규소강판을 소재로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아 전체 안정기시장의 약 8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자식 안정기도 지난 80년대 초 일본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보인 후 최근 세계적으로 그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산산업은 지난 91년 안정기사업에 본격 뛰어든 후발주자. 그러나 한상리 사장은 회사설립 때부터 「기술로 승부한다」는 경영방침을 실천하는 것 이외에도 생산공정의 자동화에 주력, 현재 안정기 생산공정의 약 70%를 자동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가 설립 6년 만에 올해 매출액 60억원을 바라보는 우량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창업 초기인 지난 93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이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코어설계 기술 등을 이전받아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수명이 긴 형광램프용 안정기를 조기에 상품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연구소와의 협력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지게 됐다. 에너지연구소의 조성근 박사가 지난 92년 각 기업들이 생산한 안정기에 대한 성능, 품질, 수명 등을 조사, 분석해본 결과 금산산업 제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자 설립 1년밖에 안된 기업이 어떻게 이러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상리 사장에게 전화로 공장견학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공장을 방문한 조성근 박사에게 금산산업측은 기술자문 등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것은 다시 그 이듬해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또 금산산업은 에너지연구소와의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들어가기 1년 전인 지난 92년에도 일본 선그로우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이 회사가 지난 3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모두 이전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안정기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후 금산산업은 안정기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 및 성능평가 등을 에너지연구소에 맡기고 제품의 설계 및 시제품 개발 등에만 주력해 독일 오스람사 등 대형 고정 바이어를 다수 확보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매출액 또한 최근 격심한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95년 35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 그리고 올해 6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양측정용 데이터 로거(해양전자장비·대표 김계호)

우리나라에서 해양측정용 장비의 개발은 그동안 몇몇 중소기업에서 간헐적으로 시도하고 있었으나 경험과 기술 등의 부족으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 해양측정용 장비개발은 오랜 경험과 고도의 기술, 장기적인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 반면 그 수요처는 해양관련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등에 한정되어 시장규모가 작다. 때문에 기업들이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양측정용 데이터 로거의 개발은 우선 최신 마이크로 프로세서 관련기술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고 또 해양환경에 쓰이는 각종 센서의 특성과 관측속도 및 관측시간 간격 등 해양측정 분야의 업무내용까지 소상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만큼 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해양연구소는 90년대 초 국가종합 해양관측망 구축사업을 통해 4MB 메모리, 7채널 A/D 변환기, 4채널 계수기, 센서 전원제어기, 시계 등이 내장된 다기능 소형 데이터 로거의 자체 개발을 추진, 관련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연연 보유기술의 중소기업 무상이전사업이 지난 93년부터 추진됐고 해양연구소는 데이터 로거를 기술이전 과제로 선정,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아나선 끝에 그해 7월 선박통신용 무선송수신기 전문 제조업체인 해양전자장비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해양전자장비는 이후 데이터 로거 관련기술을 이전받기 위한 특별 연구팀을 구성했고 해양연구소측도 3명의 연구진을 투입, 1년 동안 교육훈련 20회, 현장방문 30회 등을 통한 기술지도를 실시함으로써 관련기술의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해양전자장비측은 지금까지 약 50대의 데이터 로거를 제작, 그 가운데 18대를 해양수산부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시판 및 시범관측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항공우주연구소로부터 항공기부품 소성가공 및 품질평가 기술을 이전받은 현대항공산업, 한국원자력연구소로부터 보일러 장착형 소각로 관련기술을 이전받은 금정산업기계 등 모두 25개 기업이 출연연으로부터 기술을 무상이전받아 상용화했다.

과기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무상이전 사업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내에 「신기술창업지원단」을 출범시킨바 있다. 이곳에서는 출연연 등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정보는 물론 신제품 개발, 연구개발비 확보 방안, 그리고 벤처기업 등의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기업경영 문제 등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 있다. 문의 KAIST (042)869-4789, STEPI (02)250-3151

<서기선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