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20)

까맣게 때가 탄 테라코타.

사내는 자신의 손때로 까맣게 때가 탄 테라코타의 풍만한 두덩과 둔부를 애무했다.

아랫도리 깊숙이 한 손을 찔러넣고 천장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새끼들이 암컷과 수컷의 등에 올라타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지만 침팬지는 섹스를 계속하는 모습이 화면에 계속 비춰지고 있었다. 암컷의 분노, 여기에서 암컷은 힘겨운 인내를 발휘하는 듯했다. 생각 같아서는 새끼들을 내동댕이치고 싶겠지만 꾹 참아내며 섹스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새끼들과 함께 하는 침팬지의 섹스.

암컷 침팬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와 같은 섹스를 계속할텐데 그 정도 아량쯤 못베풀까 하는 식으로 인내한다. 그러나 절대로 양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미와 새끼 암컷이 동시에 발정이 나 성기에 붉은 빛을 발하면 어미고 새끼고 가릴 것 없이 서로 섹스파티의 히로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심지어는 한창 섹스에 열을 올리는 어미를 밀쳐내고 자기의 성기를 대신 들이밀기도 한다.

모녀간의 섹스투쟁이 일어나면 수컷 침팬지는 나이가 많고 성행위의 경험이 많은 어미보다는 싱싱하고 어린 새끼 쪽을 선호하게 된다.

화면으로 방금 수컷 침팬지와 섹스를 끝낸 암컷 침팬지가 또다른 수컷을 맞이했다. 일단 수컷이라면 모두 한 번씩 재미를 보겠다는 심사처럼 보여졌다.

수컷 침팬지가 몸을 웅크리고 어깨를 세워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나타나 서서히 암컷에게로 다가왔다.

암컷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 즉시 교미자세를 취했다. 꼬리부분을 밀착시켜 수컷의 성기가 자신의 몸 속으로 잘 삽입되도록 자세를 잡았다.

유연한 체위. 다양한 괴성.

수컷이 줄지어 서있는 수만큼 암컷 침팬지의 섹스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장시간에 걸친 섹스파티가 끝나면 암컷 침팬지는 녹초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성기 또한 만신창이가 된다. 그러나 타고난 회복력으로 상처나 멍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금 또다른 섹스파티의 준비에 몰입한다.

수컷들은 섹스차례를 기다리며 성적 흥분을 그대로 대변하듯 털끝을 곤두세운다. 섹스매너를 위해 상당한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침팬지는 성적으로 흥분됐을 때만 아니라 화가 났을 때에도 털끝이 곤두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신이 약자임을, 그래서 강자에게 섹스의 우선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내적 분노를 털끝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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