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9)

인간의 섹스에 대한 욕구는 식욕과 더불어 행동 동기와 선택의 핵심 모티브 역할을 한다. 즉 배고픔과 마찬가지로 섹스도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로 작용하여 온 것이다.

물론 배고픔이 지속되면 인간 생명에까지 위협을 주지만 섹스에 굶주린다고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썩은 새끼줄 끊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섹스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식욕과 섹스에 대한 욕구, 이 두 가지 욕구가 한 판 승부를 벌일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마빈 해리스는 섹스에 대한 욕구가 식욕을 물리친다고 말했다. 그만큼 섹스에 대한 욕구는 식욕보다 충동적이다. 또한 식욕에는 한계가 있지만 섹스에 대한 욕구에는 한계가 없다. 더욱 강한 섹스, 더욱 색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섹스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잃는 것까지도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성병이 인류사에 끈질기게 등장하고 금세기에 이르러는 에이즈까지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성욕이 한풀 꺾이지는 않았음이 이를 반증한다.

사내는 천정의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몸을 웅크리고 어깨를 세워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수컷 침팬지가 나타나 서서히 암컷에게로 다가갔다.

암컷이 기다렸다는 듯 즉시 교미 자세를 취했다.

수컷의 성기가 자신의 몸속으로 잘 삽입되도록 꼬리 부분을 밀착시켰다. 꼿꼿한 자세, 암컷 침팬지의 모습이 꼿꼿한 자세가 되어 수컷을 맞이했다. 전희가 없는 섹스. 침팬지의 섹스는 전희가 생략된 채 수컷의 성기가 암컷의 질로 곧바로 삽입되어 섹스가 이루어지고, 이내 섹스는 끝이 났다.

침팬지의 섹스는 아무리 길어 봤자 10∼15초면 끝나 버린다. 이 때문에 암컷은 늘 수컷에 대한 불만에 쌓여 있다. 그 대신 침팬지는 릴레이식 섹스를 벌인다.

화면으로 암컷과 섹스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는 수컷 침팬지의 모습이 보였다. 맨 꽁무니에 멋쩍게 서 있는 애송이 침팬지 클로즈업.

화면으로는 다시 암컷 침팬지와 섹스 순서가 된 수컷 침팬지의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창 행위를 하고 있는 암컷 침팬지 등위로 새끼 침팬지가 올라타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야단법석. 암컷뿐만이 아니라 수컷의 가슴과 등으로도 새끼 침팬지가 달라붙어 야단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섹스 당사자인 수컷과 암컷 침팬지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섹스를 계속하고 있었다. 새끼 침팬지를 등에 업고, 가슴에 안은 채 섹스를 계속하고 있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