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7)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용 프로그램의 결론은 확정되어 있었다. 어떤 절차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 결론은 하나, 섹스였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사내는 그렇게 여겼다.

사내는 처음으로 혜경의 몸에 손을 대던 제주의 그날 밤에도 누구든지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용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록 분위기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플로차트의 끝은 섹스였다. 확정된 결론, 사내는 이미 그 결론을 확신하고 있었다.

혜경의 실크스커트 아래쪽으로 깊숙이 내려선 사내의 새끼손가락이 확실하게 솟아오른 두덩을 닿을 듯 말 듯, 브래지어 속으로 파고든 한 개의 새끼손가락과 리듬을 맞추어 움직여갈 때마다 혜경의 몸은 전율했다.

전율. 그랬다. 사내에게는 새끼손가락으로 느끼는 느낌보다 혜경의 육체가 전율하는 것이 더 좋았는지 몰랐다. 그것은 진실의 확인이었다. 프로그램이 에러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뢰였다. 비록 상용 프로그램이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바꾼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을 순간순간 혜경의 육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래지어 속으로 파고들어 젖가슴을 헤집던 사내의 손이 블라우스의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다. 우연처럼, 늘 그래 왔듯이 우연처럼 풍만한 혜경의 젖가슴을 툭툭 압박하며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다. 가끔씩 젖가슴 그 꼭지점을 지그시 지그시 눌러대며 천천히 끌렀다.

좋은 느낌.

단추를 끄르는 사내의 손가락으로 감지되는 혜경의 탄력있는 맨살의 느낌이 좋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새끼손가락 하나는 두덩 위를 계속 움직여갔다. 좋은 느낌. 사내도 혜경처럼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덩 아래 존재하는 결론 때문이었다.

스텝 바이 링크.

결론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 그 결론을 향해 사내는 프로그램의 플로차트대로 움직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한 스텝, 한 스텝 링크를 위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텝 바이 링크. 그것은 인간 누구나가 쓰는 상용 프로그램이었다. 세상을 지탱하는 절차였다. 남자와 여자, 그 절묘하고 신비로운 관계의 과정이었다.

사내의 손가락이 한 스텝, 한 스텝 혜경과의 링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또는 우악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혜경의 몸이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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