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42)

맨홀 속에서 솟아오르는 불길 위로 뿌려진 물이 바람에 흩날리며 짧은 무지개 몇 개를 다시 그려냈다.

뱀을 목에 감은 독수리가 바람 부는 쪽을 향해 비행을 계속했다.

사내가 외쳤다.

『독수리여, 그 갈라짐의 다리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다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신자로, 다만 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비극이다. 그 다리를 보여 다오. 신자들이 볼 수 있게 해 다오. 그 다리를 볼 수만 있다면 비극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갈라짐의 다리, 그 다리를 내게 보여 다오.』

독수리가 말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강한 것이 있겠는가. 바람. 지금 불어오는 바람을 보아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단조롭지 않다. 순간적이지 않다. 허허롭지 않다. 늘 신비롭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보이게 된다면 그대들은 생기를 잃을 것이다. 그대들은 신앙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싸움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 부는 쪽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을 계속하는 독수리가 말을 이었다.

조로아스터는 친바트라고 불리는 그 갈라짐의 다리를 어느 종교보다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내생에 관한 교리가 매우 선명하고 상세하게 꾸며져 상상력을 크게 자극시킨다.

특히 죽은 후 나흘째가 되어서 이루어지는 개개인이 받게 되는 심판의 광경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드러나 있다.

그전 사흘 동안에 죽은 이의 영혼은 지금까지 그것이 머물렀던 육신의 머리에 좌정해서 지난날의 선하고 악한 생각과 언행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그동안에 의로운 영혼에게는 군사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고, 반면 사악한 영혼에게는 악령들이 찾아와 맴돌면서 당장에라도 끌고가 처벌할 듯이 위협하면서 괴롭힌다.

나흘째 되는 날 그 영혼은 나눔의 다리, 즉 친바트 다리로 가서 심판관들 앞에 선다. 심판관중 라쉬누는 선행과 악행의 무게를 마지막으로 판가름할 무시무시한 저울을 들고 나온다. 심판이 진행되어 선고가 내리면 영혼은 친바트 다리에 올라서 걸어가게 된다.

다리 가운데에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모서리가 하나 있고 다리 아래에는 지옥이다. 영혼은 그 모서리 위에 올라간다. 의로운 영혼일 때에는 모서리가 저절로 누워 넓은 면을 밟게 된다. 그러나 사악한 영혼일 때에는 날카로운 모서리 그대로여서 길을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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