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28)

환희였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환희였다.

타오르는 불꽃과,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사내의 의식을 고무시켰다. 하늘로, 하늘로 높게 솟구치게 했다.

불꽃과 소리.

그것은 환희였다. 맨홀을 박차고 솟아오르는 불꽃은 땅과 하늘을 잇는 정열의 노래였다. 사내는 그것을 즐겼다.

그 정열과 환희의 공간을 독수리와 뱀이 날아다니며 계속 외치고 있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독을 달여서 향유를 제조했으며, 고뇌의 암소에게서 짜낸 달콤한 우유를 마신다.

이후로 그대들에게서 어떠한 악도 생겨나지 않으리라.

그대들 덕들간의 갈등으로부터 빚어지는 악을 제외하고는 악은 생겨나지 않으리라.

우리의 형제여, 만일 그대들이 행운아라면 그대들은 하나의 덕만을 지닐 뿐 그 이상의 덕은 지니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들은 보다 가벼운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가리라.

많은 덕을 지닌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고달픈 운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덕의 싸움과 싸움터에 지쳐서 황야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 않았는가.

형제여, 전쟁이나 싸움을 악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그것은 필요한 악이며, 여러 덕 사이의 질투와 불신과 비방은 필요한 것이다.

보라, 그대들의 여러 덕이 각기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기를 얼마나 갈망하는가를! 그대들의 여러 덕은 각자 그대의 정신을 자기의 심부름꾼으로 삼고자 한다. 그대들은 분노에 있어서도, 증오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그대들 모든 힘을 원한다.

모든 덕은 다른 덕에 대해 질투를 품는다.

질투는 무서운 것이며, 여러 덕은 질투 때문에 멸망을 초래하는 것이다.

질투의 불길에 휩싸인 자는 마침내 자신에게로 전갈의 독침을 돌리게 된다.

아, 나의 형제여 그대들은 하나의 덕이 자기 자신에게 반항하며 자신을 찔러 죽이는 것을 본 일이 없는가? 인간은 초극되어야 할 존재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그대들의 여러 덕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그대들의 여러 덕에 의해 파멸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는 초극되어야 할 존재이다. 자아는 인간에 대한 커다란 경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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