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시장 개방 전략

세계무역기구(WTO) 통신협상이 타결됐다. 타결 직전에 부랴부랴 양허안을 제출한 우리나라도 일단 협상이 타결된만큼 고도의 기술은 물론 서비스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통신업체들과 당장 국내시장에서부터 치열할 경쟁을 치르게 됐다. 이미 90년대 들어서자마자 한국시장을 노리고 당시 국내법의 빈 틈을 비집고 들어오던 세계적 기업들이 국내법이 정비 발효되는 98년부터는 아무런 장애없이 국내시장으로 진입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결코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예고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서야 부랴부랴 기반환경 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통신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장비업계는 이미 나름대로의 기술력과 또는 기술제휴선 확보를 통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다.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통신서비스시장이 염려된다는 것도 이미 오래 전부터 되뇌어 온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도 정비가 덜 끝났다. 덜 끝났다기보다 이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인상이 오히려 짙다.

이미 3차산업의 노하우가 오랫동안 쌓인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당장 써볼 수 있는 전략이라야 가격경쟁 수준일 터이나 아직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통신서비스 요금은 그다지 경쟁력이 없어보인다. 통신협상이 타결되고 나서야 정부는 PC통신요금 야간 정액제를 들고 나왔고, 영국 국영 BT가 이미 93년에 국내에서 시도하던 콜백서비스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던 회선 재판매사업에 외국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가격경쟁력도 별로 없는 시외전화나 이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무선통신쪽도 저들의 관심사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크게 나누어 두가지다. 그 하나는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진출을 전략적으로 밀도있게 밀고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외국기업들의 진출부문이다. 외국 통신업체들이 합작추진뿐 아니라 기업인수를 통한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 뻔하다. 외국 통신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반드시 걱정만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고 개방상황을 맞느냐는 것인데 늘 그렇듯 우리 정부의 일처리 순서가 왠지 매끄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데 걱정의 근원이 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는만큼 우리도 해외로 진출하면 된다는 발상도 타당성은 있으되 너무 안일한 자세는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국내시장을 웬만큼 지켜내야 해외시장에서의 승부도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이 보다 단단한 기반을 다지도록 하려면 좀더 일찍이 경쟁-단순한 시장분할 구도가 아닌 가격과 서비스의 진정한 경쟁-을 통한 체질강화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닥쳤고 이제부터라도 좀더 조직적으로 차근차근 국내 통신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킬 방안마련과 국내시장에서 내국기업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토록 해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사소한 틈새로 스며드는 물이 제방도 허문다는 옛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경구다.

개방된 시장상황에 적응해 나갈 주체는 관련기업이고, 따라서 기업의 체질개선 노력과 앞선 노하우를 배우려는 적극성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단지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나설 뿐이며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은 기업이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는 이제 양육자의 태도를 벗어나 여건만 만들고 기업에 대한 간섭적 권한행사는 대폭 줄여가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개방은 대외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