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실장은 1991년 발생했던 걸프전을 떠올렸다. 전쟁상황이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던 그 전쟁에서 다국적군은 전쟁시작과 함께 이라크의 통신망을 교란시켰다. 이로 인해 이라크 군은 대포 한방 쏘아보지 못하고 29개 사단병력이 전투력을 상실했다. 통신이 현대전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주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였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통신망 두절, 북한이 만일 맨홀 속에 불을 질렀다면 통신망이 두절된 후에 더 큰 만행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호 실장은 절체현장을 돌아보았다. 수천 개의 절체코드가 무더기로 송신측과 수신측을 연결하기 위해 널려 있었다. 이미 수많은 훈련과정을 거친 직원들이었지만, 이처럼 많은 회선을 실제로 절체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김지호 실장은 현황판을 바라보았다.
광화문 209-혜화 55 혜화 55-을지로 39-광화문 209 절체 광화문 195-전농 9 전농 9-창동 11-광화문 195 절체.
현황판에는 절체된 회선과 절체중인 회선이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최 과장, 절체후 정상운용도 염두에 두고 절체회선 관리하고 있소?』
『예, 사고회선이 정상화되면 원위치시킬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용되어 있는 지점의 회선명까지 정리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절체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광기.
김지호 실장은 절체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눈빛에서 광기를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의 눈빛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빛으로 빠른 손놀림으로 절체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1백여 년의 전기통신 역사를 송두리째 끌어안고 출발한 회사.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을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직원들. 후발업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보수수준과 근무여건. 하지만 직원들의 손놀림과 행동은 경이로울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 과장, 직원들은 다 수배되었나?』
김지호 실장은 절체사항을 정리하고 있는 최 과장에게 직원들의 비상소집에 대하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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