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전기공업계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안정된 성장을 거뒀다.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와 중소 중전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에도 불구하고 11%대의 성장을 거둔 것은 발전기를 비롯해 가스개폐기, 수배전반류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수출도 호황을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정부가 발전설비 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를 해제했으며 그동안 한국전력 독점체제로 운영해 온 발전부문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허용, 민자발전 시대를 열었다.
정부가 지난 2월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를 해제함에 따라 중공업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의 해제는 그동안 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으나 이제는 민간기업도 설비를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 11월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이 한전에 1백급 설비를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도 초대형 터빈, 발전기공장을 준공하고 발전설비 사업을 턴키베이스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발전설비의 국산화 시대를 맞게 됐다. 이밖에 한라중공업, 대우중공업도 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외국업체와 접촉하는 등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 해제와 함께 민자발전도 중전업계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꼽을 만하다. 정부가 그동안 한전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발전부문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전력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민자발전이 도입됨에 따라 올해 최초 사업자로 LG에너지와 현대에너지가 선정됐으며 이들 2개 업체는 오는 2001년과 2002년에 준공되는 40만급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맡게 됐다.
민자발전은 사업자체만으로도 부가가치와 상징성이 큰 데다 향후 에너지 사업 및 해외발전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점에서 재계가 모두 군침을 삼키고 있는 분야다. 올해 처음 실시한 사업자 선정에 LG를 비롯한 현대, 동부, 대림, 한진, 효성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들 업체는 내년도 대구 민자발전을 따내기 위해 또 한번 치열한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중전기기를 포함한 전기공업계 전반의 생산규모는 내수경기 침체, 설비투자 부진 등 둔화된 경기흐름에 따라 전년대비 11.2%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 4조3백억원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변압기가 3천2백21억7천2백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1%가 늘어났으며 차단기는 3천49억3천4백만원으로 27.8%가 증가했다. 또 배전제어장치와 전동기도 각각 2천8백30억2천4백만원(27.9% 증가), 2천2백77억8천만원(12.4% 증가)을 기록했다. 이밖에 변환장치가 8백98억9백만원으로 지난해의 6백84억8천6백만원에 비해 31.1%의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개폐기는 6백43억4천2백만원으로 1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전동공구는 6백49억6천8백만원으로 0.9% 감소했다.
한편 전선류 생산규모는 2조3천6백60억원으로 지난해의 2조2천3백39억2천2백만원에 비해 5.9%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매출의 경우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부문의 침체와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평균 10% 이상의 신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LG전선을 비롯해 희성전선, 대한전선 등의 수출 및 비전선분야 사업다각화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LG전선이 1조4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대한전선도 1조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업계는 안정된 매출증가와 함께 소폭의 재편이 이뤄졌다. 기업의 인수, 합병(M&A) 바람이다. 연합전선과 진로인터내셔널이 합병해 진로인더스트리즈로 새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대붕전선이 (주)삼산에 넘어감으로써 중소업계의 구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중전기기 전체 수출실적은 내수경기 하락세와는 달리 업계의 수출마케팅 강화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전년대비 20.0% 증가한 7억6천8백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LG산전, 효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수출전략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며 일본의 해외자재조달 확대도 수출확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는 전선을 비롯해 배전제어장치, 변환장치, 변압기 등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역별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태국, 대만 등 동남아지역으로의 수출이 활발히 진행됐다.
배전제어장치가 5천9백45만6천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51.1%의 증가율을 기록,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변환장치도 4천11만6천달러로 44.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개폐기는 23.1%가 줄었으며 전동공구, 발전기도 각각 2.4%, 1.5%가 줄었다. 전선수출은 지난해의 3억8천3백43만6천달러에 비해 20.4%가 증가한 4억6천1백55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중전업계는 올해 외형적인 면에서는 흡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반면 수입이 크게 증가, 조달시장 개방을 내년으로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책마련이 아쉬운 한해였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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