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국가 정부간 회담인 이른바 「GGF(Global Governmental Forum)」가 최근 일본에서 개최됐다. 처음 열린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럽에 대해 반도체시장에서의 반덤핑방지책을 수용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반덤핑방지책은 각 기업이 D램 및 플래시 메모리 등의 생산비용, 자국내 가격 및 수출가격 등에 관한 자료를 정리, 보관하고 있다가 덤핑 의혹이 있을 경우 조사당국에 이를 제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는 반도체 세정공정에서 배출되는 PFC, 지적재산권문제 등 여러가지 현안들에 대해 공동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반도체산업에서 구미,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선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들 선진국과 시장에서뿐 아니라 통상외교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이같은 요청은 이 분야 통상압력을 예고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는 과거 미, 일 양국간 반도체협정 협상과 그 이행과정을 지켜본만큼 앞으로 두나라,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와 유럽에 대해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펼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반덤핑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86년 9월에 처음 체결된 미일 반도체협정은 5년후인 91년 8월 외국산 반도체의 일본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으로 갱신됐다. 이후 94년 초부터 시장점유율이 20% 선을 넘어서게 되자 일본은 미국에 대해 반도체 협정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갱신하든가 아니면 시장점유율 하한선 조항을 삭제하고 협정도 양국 정부주도에서 우리나라와 유럽 등을 포함하는 다국민간주도의 협의체제로 전환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GGF회담은 일본측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이루어진 셈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존립해 오던 미, 일 양국간 반도체협정이 다자간 협의체나 협정으로 전환되는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미국과 일본이 지난 8월초 새로운 협정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지난 10여년간의 대립관계에서 협력관계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그동안 미국이 일본에 대해 가하던 반도체시장 개방압력을 우리나라와 유럽쪽으로 돌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재선된 클린턴 대통령이 최근 대외통상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가진 인물들을 경제 및 통상관련 각료에 대거 기용한 것은 미국의 대외통상정책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실히 반영해 주고 있다. 또한 일본도 미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술, 통상외교적으로 반도체시장을 주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미, 일을 비롯한 선진국의 대외통상 외교자세에 대해 정부와 관련업계는 혼연일체가 되어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통상압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와 같이 국내산업이 취약한 분야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을 강화함은 물론 환경규제도 강화할 것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미일 반도체협정 협상추이를 면밀히 검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 취했던 공세적 자세와 그에 대한 일본측의 반격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공, 수의 양면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최근의 양국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조체제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이같은 노력과 함께 환경규제를 피할 수 있는 세정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린라운드(GR)의 강화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반도체 수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업계가 상호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상외교 역량을 키워 각종 형태로 나타날 통상압력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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