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 떠 있는 위성은 어쩔 수 없이 주변 국가간의 위성망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거리는 우주 36,000km에서 볼 때 별 차이가 없다. 국가적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는 위성의 궤도확보 당시부터 많은 갈등이 있었다. 위성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변 국가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위성이 없었던 때에도 작은 안테나 하나로 일본의 위성방송을 볼 수 있었다. 방송은 곧 그 나라의 문화.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화의 전파와 종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기들의 욕심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은 사고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고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한 것처럼 국내 언론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항들까지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은옥은 일본의 그러한 행위가 아주 못마땅했다.
그들은 이번 일을 또 얼마나 크게 대서특필 할 것인가? 중국의 통신 현대화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일본은 이번에 발생한 통신대란을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법석을 피우게 될 것이다.
『이 과장, 수신된 데이터 다 분석 되었나요?』
『예, 다 됐습니다. 임의의 각도에서 정확히 5도 회전했습니다.』
임의의 각도.
그랬다. 현재 위치하고 있는 위성체를 임의의 각도에서 5도 아래 방향으로 회전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 위성체의 자세가 변화되고 있다면 임의의 각도는 전혀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은옥이 수행하고 있는 작업은 지금 상황에서 조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시 신호가 수신되면 잘 분석해 줘요. 한 번 놓치면 더 어려워지니까.』
『관제과 직원들과 운용과 직원들이 함께 분석하고 있습니다. 착오 없이 하겠습니다.』
『그래요, 대덕 부관제소 하트라인 계속 확인하시고.』
위성을 관제하는 곳은 두 곳이 있다. 은옥이 근무하는 운성리 관제소가 주(主)관제소이고, 대덕에 있는 관제소가 부(副)관제소이다. 주관제소는 위성의 정지궤도 진입 후 평상시 관제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부관제소는 정지궤도 진입 전 단계의 위성운용 즉 발사체로부터 분리된 후 천이궤도를 회전할 때 활용되며, 주관제소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보조(back-up) 기능을 담당하여 위성을 관제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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