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68)

『전화기 코드 모두 빼요!』

이 대리 였다.

현미는 깔끔하게 치워진 자리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현금과 장부 등 모든 서류는 방화시설이 되어 있는 금고 안으로 다 들여놓은 상태였다.

『전화선을 타고 불길이 번질지 모르니까 모든 전화기 코드 빼요!』

『이 대리님, 단말기 코드는 어떻게 할까요?』

『현미씨, 단말기 코드도 다 빼. 단말기도 지하통신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을 것야.』

「콜록, 콜록.」 현미는 자욱하게 밀려든 연기에 기침을 해대며 전화기의 코드를 뽑았다. 하지만 단말기의 코드는 별도로 나와 있지 않았다. 여러 개의 선이 단말기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이 대리님, 단말기 코드는 어떻게 뽑아야 하지요? 선도 여러 개인데.』

『단말기 코드?』

『단말기 코드는 선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 뽑을 수가 없어요.』

이 대리가 뛰다시피 현미의 자리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대리도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듯 어지럽게 나와 있는 전선을 바라볼 뿐이었다.

『현미씨, 일단 전원만 빼요. 통신선은 드라이버가 있어야 될 것 같아.』

현미는 드라이버를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이 대리를 바라보며 콜록, 콜록 기침을 했다.

연기.

자욱한 연기가 이제 숨쉬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은행 바로 앞에서 솟구쳐 오르는 불꽃이 금방 은행 바닥에서도 솟구쳐 오를 것 같은 두려움을 주고 있었다.

이미 셔터는 내려져 있었고 창구에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콜록, 콜록.』

계속 기침을 하면서 단말기의 전원코드를 뽑은 현미는 바로 옆자리의 혜경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혜경씨, 밖으로 나가자. 다 정리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있으래. 후문이 열려 있대.』

『그래, 밖으로 나가자. 나도 숨이 막혀 못 견디겠다.』

『이곳 은행은 남자직원들이 지키고 있을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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