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장, 처리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광단국으로 연락해. 옥상에 올라갔다 광단국에 가 있을테니까.』
『알겠습니다, 실장님.』
김지호 실장은 한 과장이 누른 호출버튼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응답을 해오는 각 지점 교환기 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 과장을 불렀다.
『지 과장, 위성에 관련된 자료 확보됐나?』
『위성 쪽에 아직 접속되지 않았습니다.』
『사내 LAN상태가 좋지 않으면 비상통화장치로 운성리 교환실 불러 확인해. 그리고, 보도자료는 준비됐나?』
『자료 정리하여 LAN에 올렸습니다.』
『위성상태 빨리 알아봐. 상태에 따라 회선 조치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통제실을 벗어난 김지호 실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멀리서라도 광화문쪽 화재 현장의 연기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노을.
김지호 실장이 옥상으로 올라섰을 때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늦가을 태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고 있었다.
가까이에 자리한 望遠亭 앞으로 줄지어 선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낙엽을 떨구고, 좌측으로 흐르는 한강이 굵은 흐름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광화문 쪽을 바라보았다. 멀었다. 연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산 자락과 인왕산 자락이 가을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을 뿐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담배를 뽑아 물고 불을 붙였다. 통제실 내에서는 절대 금연. 인간을 위한 금연이 아니라 장비를 위한 금연이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며 붉은 노을을 바라보았다. 30만 회선, 너무 많다. 너무나 큰 사고다. 길게길게 뿜어대는 담배연기가 가을바람에 차갑게 흩어졌다.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운용보전센터.
한강 밑에 설치된 대형 통신구에 수용된 많은 통신선로와 각 지역으로 분리된 주요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곳 한강변에 설치된 운용보전센터 내의 통제실. 통제실이 이곳에 설치된 것은 한강 밑으로 설치되어 있는 통신선로를 수용하기가 용이했고, 강남과 강북을 있는 통신선로도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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