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

보이지 않는 불.

현미는 불길이 보이지 않고 연기만 솟구치는 환풍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보다도 더욱 심하게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요란스럽게 사이렌 소리를 울려대며 여러 대의 소방차가 몰려들었지만 소방관들은 보이지 않는 불을 향해 환풍구에다 물을 뿌려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연기는 더욱 거세게 솟구쳐 올랐다. 도로 가에 가끔씩 뚫어져 있는 맨홀 뚜껑 틈새로도 연기가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광화문 네거리 부근에 자욱하게 깔린 연기. 매캐한 연기는 심한 냄새가 났다.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의 검은 연기였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해대면서 현미가 은행 안으로 들어서자 혜경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 왔다.

『현미 씨. 어떻게 됐어? 어디서 불난 거야?』

『지하철이래. 땅 속에서 불이 났대. 시청과 종각, 경복궁 역에서도 연기가 솟구치고 있어.』

『어떻게 해서 불이 났대?』

『원인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지하철도 못 다닌다는데, 혜경 씨도 나가 봐.』

현미는 혜경이 은행 밖으로 나서는 것을 바라보며 시계를 보았다.

16:23.

현미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단말기의 온라인 키를 눌러보았다.

OFF LINE.

계속 OFF LINE 상태였다.

현미는 전표를 정리했다. 아직 마감 시간은 남았지만 더 이상 업무를 볼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온라인 회선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평상시 같으면 본점의 컴퓨터 고장이 아닌 경우 즉각 수리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평상시와 다르게 느껴졌다.

웨앵- 웨앵- 웨앵- 계속 사이렌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그 소리 자체가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현미는 정리한 자료를 챙기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까보다 더 많은 연기가 환풍구를 통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해대야 할 정도로 이제 은행 안에 매캐한 연기가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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