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수교이래 최대 프로젝트이던 중형항공기 공동개발 사업이 좌초된것은 충격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업이 백지화됨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양국이 다져온 신뢰성에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사업은 양국 정상인 金泳三 대통령과 江澤民주석이 합의한 사항이라서 이 프로젝트의 좌초로 양국의 정치·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면 문서화된 국가간 합의도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중국식 실리외교의 단면을 본것 같아 유감스럽다.
중국측의 약속위반으로 백지화된 한·중간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사업의 주요 골간은 양국이 35∼40%씩 동일한 지분을 갖고 합작회사를 차려 1백인승규모의 중형 여객기를 개발, 생산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96년에 기본설계를마치고 98년부터 시험제작기 1호를 만들고 2000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다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돼 있어 중국의 거대한 항공기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 항공기업계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특히 중형항공기 시장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2백대 이상을 생산·판매해야하며 이같은 시장을 갖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공동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2005년에는 세계 10대 항공기 생산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수립했다.
그러나 막상 사업추진이 시작되면서 외국 합작선이 몰리자 중국측 태도가돌변했다. 중국이 기술합작선으로 제휴를 추진한 유럽연합(EU)측이 참여조건으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결국 중국정부는 자국이 45%, EU가 39%, 싱가포르가 16%의 지분을 갖는다는 내용의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한국측에는 10%이상 지분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억지조건들을 고집하면서 협상결렬을 유도한 것이다.
물론 우리정부와 주관사인 삼성항공은 회유와 압박의 양면작전을 써가며설득에 나섰지만 중국측은 한국이 10% 지분만 가져야 한다고 고집해 결국 지난 18일 북경에서 열린 항공기분과위원회에서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이로써 한·중간 산업협력 프로젝트는 당초 합의한 4개 분야중 자동차부품·전자교환기·고화질TV 등 3개만 남게 됐다. 통상산업부는 『항공기 협상결렬과 상관없이 나머지 3개 분야의 협력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해득실에 따라서는 양국 정상간 합의도 백지화시키는 중국인의 상술에 언제까지 끌려다녀야할지 다시한번 재고해야 할 것 같다. 어찌됐던 2년반을 끌어온 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계획은 무산됐으며이에 따라 한·중 중형기 공동개발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한 국내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의 전면적으로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중국은 한·중 항공기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사를 비롯 화교권 국가인 대만·싱가포르 등과 협력을 모색했으며 한·중프로젝트에서 제외된 일본은 캐나다 및 미국 보잉사 등과 1백인승급 중형기를 독자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해 왔다.
그러나 중국을 철썩같이 믿은 우리정부는 이번 한·중 중형기사업의 백지화로 자칫하면 아시아 항공기시장을 중국과 일본에 넘겨줘야만 하는 상황에처했다.
정부는 물론 중형기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항공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란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속 추진방침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은 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 사업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점을 조사·분석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他山之石으로 삼아 한·중 항공기 협상결렬이 轉禍爲福이 될수 있는 합리적인 항공기 개발전략 수립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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