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그런 얘기를 지금 꺼내는 거지?』
이상한 눈길로 고비를 바라본다.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게 취미인가 보지?』
고비가 그를 주의깊게 바라본다. 체구는 작지만 근육은 잘 발달해 있다.
얼굴의 저 체인이라니. 저건 물론 순전한 장식일 수도 있다. 야쿠자 유행에따른 포스트모던한 원시적 신체 건축, 혹은 그의 두 천성을 교차시킨 일종의심리적 베를린장벽일 수도 있다.
『빅터, 인정하게. 자넨 사이보그야. 자네 자신이 자네가 제일 싫어하는그것이라구.』
빅터가 다시 한숨을 쉰다. 코트의 주머니를 주섬주섬 만져보더니 샤부 상자를 꺼낸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상자를 열고는 투명한 샤부를 입술로 가져간다.
『용서해주겠다.』
잠시후 고비에게 말한다.
『왜냐하면 너는 이제 곧 죽을 몸이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뿐이니까. 넌 일시적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구!』
고비에게 소리친다.
『아니!』
채드위크가 해리스를 따라 들어온다.
『무슨 일인가, 빅터?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별일 아니예요. 이 자식이나 빨리 해치우시죠.』『고비 박사가 뭐 기분나쁜 얘기라도 했나?』 채드위크가 묻는다.
『전 단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을 했을 뿐이랍니다.』고비가 채드위크에게 말한다.
『저자는 사이보그예요. 아니 어쩌면 사이보그가 저자인지도 모르고.』 고비가 어깨를 들썩한다.
『닭이 먼저든 계란이 먼저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피할 시간도 없이 빅터가 총으로 얼굴을 후려친다. 눈앞에 별이 번쩍이고입에서는 피가 튀어나온다.
『빅터!』
빅터가 두 번째로 내려치려는 찰나 채드위크가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그만둬!』
『거 참, 감수성 하난 되게 예민하네!』
고비가 바닥에 널부러져 신음하듯 내뱉는다. 방의 한구석에 그의 혼이 떠다닌다. 중립적인 관찰자라고 할까. 어두운 에너지가 전기태풍처럼 빅터에게서 나온다. 영국인은 비 온 후 개인 오후처럼 고요하다. 손은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회색 스카프처럼 후광을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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